[사설]시민이 구한 마을 뒷산

  • 입력 2001년 5월 11일 18시 21분


시민들이 힘을 모아 마을 뒷산을 구했다. 건설교통부가 경기 용인시 죽전지구에 있는 대지산을 공원 또는 녹지로 보전키로 한 것은 대지산을 살리겠다는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적극적 활동의 결실이다. 이 산은 택지로 지정돼 토지수용절차까지 마친 상태였다.

주민과 환경단체가 그동안 대지산 숲을 살리기 위해 펼친 노력과 열정은 대단하다. 주민은 택지개발계획취소 소송을 벌였는가 하면 곳곳에서 그린벨트 해제 요구가 나오는 마당에 재산권 행사의 제한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린벨트 지정을 청원하기도 했다. 또 주민과 환경단체 회원 등 256명은 땅을 매입해 개발하지 않고 보전하는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인 ‘땅 한평 사기 운동’을 벌여 대지산 100평을 매입했다.

그뿐만 아니다. 대지산살리기 나무심기 및 숲가꾸기 행사와 벌목을 막기 위한 금줄치기 활동도 했고, 나무 위에 천막을 치고 생활하는 ‘나무 위 시위’도 벌였다. 이들의 실력행사는 난개발의 물결 속에서 마을 뒷산만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소박한 뜻에서 비롯된 것이다.

건교부는 죽전지구를 친환경적 주거단지로 조성하기 위해 대지산 일대를 녹지 보전지구로 지정키로 했다고 밝혔지만 따지고 보면 시민의 뜻을 따른 것이다. 건교부는 그동안 대지산은 식생조사결과 반드시 녹지로 보전해야 할 지역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환경 보전과 개발의 상충은 대지산의 문제만은 아니다. 특히 수도권 곳곳은 난개발 몸살을 앓고 있다. 환경영향에 대한 세밀한 분석 없이 건설되는 대규모 주택단지, 상수원 인근의 아파트 건설 등으로 산과 들이 마구 파헤쳐지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환경 보전과 개발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두어야 할지를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개발의 경우에는 지역 환경의 특수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지산은 하나의 교훈이 될 수 있다. 대지산은 죽전지구의 중심에 있는 데다 인근 분당지역 주민도 자주 찾는 곳인데 이 곳을 택지로 만들면 산책로 및 휴식공간을 잃게 되는 주민은 생활권을 뺏기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대지산살리기 운동의 성공은 환경운동 측면에서도 의미가 깊다. 내셔널 트러스트운동의 첫 성과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이 우리 모두 환경을 살리는 개발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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