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사채 안써도 되는데..."

  • 입력 2001년 5월 6일 18시 34분


수도권에 사는 40대 A씨는 올해 초 남편 입원비로 급전 200만원이 필요했다. 음식점 종업원으로 생활이 어려워 막막하던 차에 길거리에서 받아든 ‘광고전단’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당장 사채업자를 찾아가 선이자 30만원을 떼고 170만원을 그 자리에서 1개월간 빌렸다. 급한 불은 껐지만 1개월 뒤 1주일째 연체하는 바람에 원금에다 연체이자 70만원 등 270만원을 갚으라는 빚독촉에 시달렸다.

A씨가 찾은 곳이 금융감독원 신고센터. 신고전화를 받은 금감원 조성목(趙成穆)팀장은 통화중 깜짝 놀랐다. A씨 본인이나 남편이 모두 ‘신용불량’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 170만원 정도라면 신용금고나 캐피털회사에서 담보없이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인데도 ‘잘 몰라서’ 안해도 될 고생을 했던 것이다. A씨는 결국 금감원의 안내에 따라 경기 성남시 분당지역의 한 신용금고에서 평생 처음으로 대출을 받아 돈을 갚았다.

6일 금감원에 따르면 4월 한달 동안 접수된 피해사례는 814건. 그러나 신용불량 여부를 확인한 396명 가운데 42%인 165명은 A씨처럼 신용불량자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58%는 신용불량 기록 때문에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불가능한 경우였다.

금감원의 조사결과 적지 않은 신용금고나 할부금융사가 200만원 이하의 ‘소액 대출’은 신용불량자가 아니라면 당일 대출을 하고 있다.

금감원측은 “결혼한 맞벌이부부의 경우는 500만원까지 간단한 절차만으로 당일 대출이 가능한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카드대출이나 현금서비스는 더욱 간편하다.

제일금고 등 대형금고에서는 이자율도 연 17∼18% 정도로 저금리추세에 비춰 높은 편이지만 사채업자보다는 훨씬 낮았다.

금감원과 신용금고연합회는 서민들이 금고 등을 이용해 소액대출을 받을 수 있는 데도 사채업자를 찾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안내전화를 설치하고 있다. 02―397―8600

금감원은 또 피해신고 센터에서 신고 접수뿐만 아니라 금감원 직원들이 간단한 대출상담도 병행해 불필요한 피해를 막기로 했다. 02―3786―8655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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