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일부일처제는 암컷의 속임수 때문"

  • 입력 2001년 5월 2일 18시 30분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힘은 여성의 속임수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의 마그누스 엔퀴스트 교수와 네덜란드 생태학연구소의 미구엘 지로네스 박사는 인간을 비롯한 일부 동물들에서 일부일처제가 유지되는 것은 암컷이 수컷에게 임신 가능성을 밝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동물 행동학’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암컷이 발정기를 숨겨 수컷이 늘 주변에 머물러 있게 한다. 조사 결과 암컷을 전전하는 수컷들도 암컷이 발정기를 숨기기 시작하자 한 마리의 암컷에 정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동물들은 암컷이 발정기가 되면 냄새를 풍기거나 몸의 일부가 변해 수컷이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수컷은 이러한 신호를 포착해 발정기의 암컷들을 찾아다니며 자손을 퍼뜨린다.

결국 새끼를 키우는 것은 암컷의 몫이 된다. 또 수컷들의 지나친 구애에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게 되며 질병에 걸릴 확률도 크다.

반면 사람과 조류, 호저 등을 비롯한 일부 동물들의 암컷은 발정기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수컷은 발정기가 됐는지 아닌지를 암컷의 행동만으로 알뿐이다. 그 결과 다른 암컷을 찾아다니지 않고 한 마리의 암컷 주위에 계속 머물면서 도움을 준다.

엔퀴스트 교수는 “동물의 성에 대한 연구는 언제나 수컷에 초점이 맞춰졌다”면서 “이번 연구는 암컷이 일부일처제의 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영국 세필드 대학의 마이크 시바―조디 교수는 영국의 과학잡지인 ‘뉴사이언티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기 위해 발정기가 없어진 것만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시바―조디 교수는 “발정기가 없는 동물은 언제든지 교미가 가능하기 때문에 암컷이 보다 나은 유전 형질을 지닌 수컷들을 만나 우수한 자손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증거로 평생 동안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새들도 새끼들의 DNA를 검사해보면 여러 명의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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