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바다에 나가면 미움-걱정 모두 사라져"

  • 입력 2001년 4월 26일 18시 28분


김영환씨가 올해 레이스에서 탈 요트의 세일 등을 점검하며 활짝 웃고있다.
김영환씨가 올해 레이스에서 탈 요트의 세일 등을 점검하며 활짝 웃고있다.<부산〓최재호기자>
요트를 탄 지 올해로 20년째를 맞는 김영환씨(42)에게 내달 2일부터 부산 수영만에서 열리는 동아일보컵 부산레이스와 아리랑레이스는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바로 이번 대회가20년 경력의 ‘성인 세일러’가 된 축하무대를 겸하고 있기 때문.

김씨가 요트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82년. 선박제조회사에서 전기부분 설계와 시공일을 하던 그는 우연히 부산 광안리 해변가를 걷다 요트를 조립하는 사람들을 보게 됐고 전기와 관련한 이런저런 조언을 하며 자연스럽게 요트 조립에 참가하게 됐다. 배를 다 만든 뒤 이 배에 그가 타게 된 것은 당연한 일.

1987년 아리랑레이스는 그를 진정한 요트인으로 성장시킨 대회였다. 아리랑레이스에 처음 참가한 것은 85년이었지만 그때는 선실안에서 허드렛일만 해 진정한 ‘크루’(CREW)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87년 대회에선 직접 세일을 잡고 당당한 크루로 참가했다.이 대회에서 그는 죽을 뻔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새벽에 바람을 타기 위해 스핀을 폈다가 돌풍을 만나 배가 거의 뒤집어질 뻔 한 것. 극과 극은 서로 통한다던가. 그는 “그 때 그 위기에서 벗어난 뒤 진짜 요트의 참맛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후로 그는 2년마다 열리는 아리랑레이스를 한번도 걸르지 않았다. 그는 아리랑레이스의 매력에 대해 “20시간 이상 바다를 항해하면 내 안에 있던 모든 미움과 걱정 등을 바다에 버리고 재충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1997년 시작된 동아일보컵 부산레이스는 그에게 또 다른 뿌듯함을 느끼게 해줬다. 레이스를 벌이며 일본 요트맨들에게 고향 앞바다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부산레이스와 아리랑레이스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이지만 대회가 다가올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다. 열두살 딸과 일곱살 아들. 5월2일 시작돼 대한해협을 횡단한 뒤 6일 귀국하는 한일친선요트레이스의 중간에 어린이날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일본에 도착하면 몸과 마음이 바쁘다. 2년마다 아버지 없이 어린이날을 보내는 아이들의 실망을 조금이라도 달래 줄 선물을 사야하기 때문이다.

<부산〓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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