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윤리가 경쟁력이다-5]'고객감동' 사우스웨스트

  • 입력 2001년 4월 23일 18시 41분


70년대 사우스웨스트 창립 초기의 스튜어디스들.
70년대 사우스웨스트 창립 초기의 스튜어디스들.
미국에서 가장 고객 만족도가 높은 항공사는 어디일까. 델타? 노스웨스트? 아니다. 한국에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 국내선만 운항하는 사우스웨스트다.

올해 초 경제전문지 포천이 발표한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순위에서 사우스웨스트는 제너럴일렉트릭 시스코시스템스 월마트 등에 이어 네 번째를 기록했다. 항공사 중에서는 단연 1등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객 불만이 가장 적은 항공사, 30년간 사고가 한 건도 없었던 항공사, 시간을 잘 지키는 항공사, 짐 분실이 없는 항공사 등. 사우스웨스트는 모든 분야에서 금메달이다.

이러한 성과는 모두 직원들의 자발적인 봉사와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사우스웨스트에는 명문화된 기업 윤리가 없다.

▼글 싣는 순서▼
1. 존슨&존슨
2. 3M
3. 美 기업평가 시스템
4. 다국적 기업 나이키
5. 사우스웨스트
6. 조지아 퍼시픽 펄프공장
7. 네슬레
8. 노키아
9.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10. 전문가 좌담-독자 반응

창의성과 자유, 사랑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다만 성실함이나 서비스정신 외에 직원들에게는 또 한가지 능력이 요구된다. 유머 감각이다.

사우스웨스트의 기업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하나. 비행기를 타면 이륙하기 전 스튜어디스가 비상시 탈출 요령을 설명한다. 집중하는 승객은 거의 없다. 사우스웨스트의 한 직원이 손님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비상시 요령을 유행가에 붙여 노래로 불렀다.

이것이 좋은 아이디어로 채택되자 하모니카를 불거나 마술쇼를 하는 등 너도 나도 이색적인 방법을 생각해 냈다.

1990년대 초반 사우스웨스트가 메이저 항공사로 떠오르자 다른 항공사들에서 항의와 고소가 빗발쳤다. 비상시 요령을 희화화함으로써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주장이었다. 미 항공국(FAA)이 감사를 나왔으나 오히려 ‘기발한 아이디어’라며 감탄하고 돌아갔다.

사우스웨스트는 가족적인 분위기를 중시한다.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본사는 1층부터 5층까지 모든 벽면에 직원들의 가족 사진이 즐비하다. 집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기업 보고서에는 사내 커플이 812쌍이라는 기록도 있다.

5년 경력의 린다 러더포드는 “출근하면서 ‘오늘은 무슨 재미난 일이 일어날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시 채용을 하는 이 회사에는 매년 20만통이 넘는 지원서가 쇄도한다.

인사부에는 ‘튀기 위해’ 자신의 이력을 케이크 위에 드레싱으로 쓰거나 마네킹 팔에 써보내는 등 독특한 지원서들이 놓여 있었다. 사우스웨스트는 지난해 포천지가 조사한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중 2위였다.

‘웃으면서’ 이들은 미국 항공시장에 혁명을 일으켰다. 71년 비행기 3대로 출범한 이 회사는 파격적인 낮은 요금으로 메이저 항공사들을 무너뜨렸다. 기존 요금의 절반에 가까운 저가 공세로 비행료 인하경쟁을 일으켰고 결국 지난해 미국내 6위의 항공사 US에어웨이스는 유나이티드에 합병됐다.

사우스웨스트의 전략 가운데 하나는 비행기를 한 종류만 쓰는 것. 기종을 보잉 737로 통일함으로써 부품조달 유지관리 조종사교육 등을 효율화했고 대량 구입에 따른 할인혜택까지 누렸다. 이 때문에 보잉은 주문이 쇄도하고 맥도널 더글러스는 대형 항공기 시장에서 철수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를 ‘사우스웨스트항공 효과’라고 부른다.

또한 국내선만 운항하는 사우스웨스트는 큰 공항을 피하고 작은 공항을 찾아 다닌다. 댈러스에서도 국제선이 있는 대규모 ‘포트워스’를 피해 작은 ‘러브필드’공항에 취항하고 있다.

쉐리 펠프스 이사는 “작은 공항은 여러 이점이 있다. 우선 시내에서 가까워 승객들이 이용하기 편하다. 둘째, 교통체증이 심한 큰 공항에 비해 시간을 잘 지킬 수 있다. 셋째, 단독으로 짐을 다룰 수 있어 분실률이 획기적으로 준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사우스웨스트는 30년 만에 미국내 6위의 메이저 항공사로 떠올랐다. 지난해 매출액은 56억달러, 순익은 6억2500만달러였으며 직원은 3만명이다.

<美 댈러스=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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