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弔問(조문)

  • 입력 2001년 4월 8일 18시 56분


아주 오랜 옛날 중국의 葬禮(장례) 풍습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故人의 친구를 故人 대신 의자에 앉혀 장례식을 거행했는데 그것을 뜻하는 글자가 尸(시)다. 의자에 걸터앉은 모습이다. 그러면 故人은 어떻게 표현했을까. ‘죽은’ 사람임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死’자를 덧붙여 표현했으니 그것이 지금의 屍(시)다. 물론 여러 가지로 불편했으므로 후에 오면 간편한 것으로 대체하게 되는데 그것이 지금의 神主(신주) 혹은 位牌(위패)다.

뿐만 아니라 지금처럼 封墳(봉분)을 만들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시신을 풀이나 거적에 싸서 들판에 버렸다. 이른 바 草葬(초장)이 그것인데, 사실 ‘葬’자 자체가 死(즉 죽은 이의 시신)의 아래 위에 각기 ¤(풀)가 있는 형상으로 죽은 이를 풀로 덮고 있는 모습에서 나온 글자다.

자연히 까마귀나 들짐승의 밥이 되기가 쉬웠다. 그래서 遺族(유족)들이 짐승을 쫓기 위해 며칠이고 지켜 서 있어야 했는데 여기서 나온 글자가 弔다. 곧 ¤과 활을 뜻하는 弓의 합성자로 여기서 ¤은 사람을 뜻한다. 즉 사람이 활(弓)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弔다.

問은 물론 慰問의 뜻으로 弔問이라면 喪事를 당한 遺族을 찾아 슬픔을 위로하고 고인의 명복을 비는 행위를 말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미덕에 속한다. 우리의 경우, 喪家를 찾아 香을 피우고 靈位(영위)에 절을 한 다음 喪主(상주)에게 간단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곧 지금의 弔問은 故人과 遺族을 함께 慰勞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옛날에는 그 구별이 엄했다. 평소 고인과 가까웠던 사람이라면 그 역시 친구를 잃은 슬픔을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고인의 遺骸(유해)를 찾아 哀悼의 뜻을 표했는데 그것을 ‘傷’이라고 했다.

반면 故人과는 직접적인 친분이 없지만 遺族과는 가까운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遺族의 슬픔을 慰勞했는데 그것이 弔다. 물론 말로 慰勞했으므로 <(언)이라고도 했다. 따라서 엄격히 말하면 弔問은 遺家族에게, 哀悼는 故人에게 표하는 것이다.

참고로 弔와 같은 뜻을 가진 글자에 吊(조)도 있다. 흔히 고인의 관직이나 신분, 기혼여부에 따라 달리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통용되고 있는 글자다. 곧 弔가 正字라면 吊는 俗字(세속적으로 사용되었던 글자)인 셈이다. 俗字는 옛날 문서나 계약서, 藥方文 등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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