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대만의 역사

  • 입력 2001년 4월 6일 18시 53분


◇대만 이해의 새로운 창 '내-외지인 갈등'

대만의 역사

김영신 지음

409쪽 1만3000원 지영사

대만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1949년 국민당정부가 본토에서 대만으로 옮겨 간 후 반세기 이상 정권을 유지하며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뤘다는 사실, 그리고 최근에 대만 독립을 주장해 온 민주진보당이 집권했다는 정도다. 조금 더 역사를 아는 사람은 청일전쟁에 패배한 청나라가 대만 본도(本島)와 펑후(澎湖)군도를 일본에 양도함으로써 이 지역이 반세기 동안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대만에서는 최소한 5000년 전부터 인간의 활동이 시작됐고, 원주민이라 불리는 이들의 후손 수십만 명이 아직도 대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일찍이 대만에 발을 딛은 한족(漢族)은 대륙에서 생활이 어려웠던 하층민 해적 밀수업자 등 대륙 왕조로부터는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이들 ‘내지인’과 이들의 지배자로 군림해 온 ‘외지인’의 갈등을 이해하는 것은 현재의 대만을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는 참고할 만한 대만 역사서가 나와 있지 않다. 전공의 한계로 인해 대만 전체의 역사에 관한 개설서를 집필한다는 것이 스스로 무리인 줄을 알면서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저자의 고민을 이해할 만하다. 중국현대사 중에서도 국민당사를 전공한 저자는 “현실정치에서 활약하는 국민당을 이해하기 위해 전체 대만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선사시대부터 서술을 시작한 저자는 대만이 네덜란드 및 스페인의 식민통치와 정씨 왕국을 거쳐, 2차 대전 종식과 함께 잠시 대륙 정부의 품에 안겼다가 곧 대륙에서 들어온 외지인의 지배를 겪는 긴 고난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국민당 정부 하의 경제성장 속에서도 피지배자인 내지인과 지배자인 외지인의 갈등은 계속돼 왔다.

반세기의 국민당 집권 후 지난해 대만 독립을 강령으로 내건 민주진보당이 집권하기는 했지만 이들은 국회 의석 중 3분의 1도 확보하지 못한 소수정권이다. 게다가 이들의 집권은 중국과의 관계 뿐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대만의 위치도 대단히 어렵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것은 바로 대만인들의 선택이었고 그 뒤에는 내지인과 외지인 간 갈등의 역사가 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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