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신윤식/‘동기식 사업자’ 빨리 선정하라

  • 입력 2001년 4월 6일 18시 39분


“동기식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사업자를 키우고 통신시장을 3자 구도로 개편하자”는 신임 정보통신부 장관의 발언이 정보기술(IT)업계의 화두(話頭)가 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추진되어 온 국내 정보통신정책의 새로운 방향전환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임장관이 말한 것 외에도 국내 정보통신업계는 지금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통신(KT)과 파워콤의 민영화,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 중소 벤처기업 육성과 중산층을 위한 통신정책 수립 등이 그것이다. 특히 무분별한 통신사업자 양산에 따른 과잉 중복투자를 해결하고 사업자간 과당경쟁으로 혼미해진 통신시장을 재편하는 것은 우리 통신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절실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외국의 유수 정보통신 기업들도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행하는 등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이처럼 중차대한 시점에서 우리 역시 정보통신업계의 구조조정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까.

세계적인 경제전문지인 미국 포천지가 선정한 99년 전세계 500대 기업중 100억달러 이상의 매출실적을 달성한 통신회사는 21개였다. 이들 일류 통신기업의 공통된 특징은 첫째, 규모가 거대하고 유무선통신과 인터넷, 위성방송 등 다양한 멀티서비스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통신서비스 기업으로서 통신장비 제조업을 병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국가가 대주주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정 대주주가 없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각국 정부는 글로벌 경영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이러한 3가지 특징을 갖춘 인터넷 기반의 종합정보통신사업자 육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왜냐하면 통신기업은 21세기 지식정보사회의 펀더멘털이자 국가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세계 30대 통신기업 순위에 들 수 있는 초우량 통신기업을 육성 발전시켜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시장규모, 효율적 경쟁, 중복과잉투자 방지 등을 고려하면서 3대 통신기업으로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지난해 국내 통신사업자들의 매출은 26조원이었다. 2005년에는 50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이 시장을 단순히 3분한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도 150억달러 이상의 매출액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통신기업을 3개나 보유할 수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 3강 통신그룹이 자리를 잡는다면 국가와 소비자 모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효율적인 경쟁체제를 확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동기식 IMT―2000 사업자를 일찍 골라 이를 국내 통신시장 구조조정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특히 세계 최고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휴대전화 기술을 기반으로 2005년 이후 대규모로 조성될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통신시장에도 적극 진출해야 한다.

최근 일고있는 정책 개혁의지와 산업계의 구조조정 움직임이 시너지효과를 거둬 진정 통신산업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신윤식(하나로통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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