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대기업 계열사는 재벌3세의 봉(?)인가

  • 입력 2001년 4월 3일 14시 52분


대기업 계열사는 재벌 3세의 부실주식을 처리해 주는 봉인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 재용씨(삼성전자 상무보)에 이어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회장의 장남인 의선(현대자동차 상무)씨도 인터넷기업 주식을 현대자동차에 떠넘겼다.

의선씨는 지난 3월 31일 인터넷 업체인 e-HD.com 주식 32만주(16%)를 19억 2000만원에 매도했다.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을 20%의 프리미엄을 얹어 6000원에 넘겼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보유중인 지분 33%에다 이번에 인수한 지분까지 합쳐 모두 49%를 확보하게됐다. e-HD.com은 자동차 위치 추적시스템 개발과 자동차정비 등에 관한 컨텐츠를 제공하는 업체다. 지난해 29억원의 매출을 올려 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시장전문가들은 재벌그룹의 3세들의 최근 행태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낸다.

3세들의 사익을 위해 계열사 주주들이 금전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다고 지적한다.

재용씨와 마찬가지로 의선씨도 순손실을 기록한 업체를 20%의 프리미엄을 붙여 인도한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일부는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의선씨가 처분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성장성도 불투명한 기업주식을 프리미엄을 얹혀 매도하는 것은 시장논리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다"고 혹평을 가한다.

이같은 독단적인 경영은 국내업체의 주가가 미국이나 유럽의 동종업체에 비해 낮게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근거로 작용한다.

실제로 3일 J.P모건증권은 의선씨의 지분 매각에 대해 "현대자동차의 3월매출이 예상보다 호조를 보여 매수의견을 유지하지만 주가상승을 억누르는 악재"라고 평가했다. 이증권사는 또한 "현대자동차의 내재가치에 비해 목표가격을 20%낮게 제시한 것도 이같은 지배구조의 비민주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외국계 투신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도 경제가 어려울수록 투명경영이 정착돼야 하는데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외국인들이 한국증시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는 "36억원에 불과한 재용씨의 지분을 인수한다고 발표한후 삼성SDI의 시가총액은 1주일도 안돼 4800억원이 줄어들었다"며 "이같은 상황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한국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주길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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