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미국과 일본, 엔화가치 하락을 용인할까

  • 입력 2001년 4월 3일 10시 49분


달러에 대한 엔화가치가 연일 30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미국과 일본이 엔화가치하락을 용인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주 아소 타로 경제재정담당 장관은 엔화 약세를 묵인하는 정책이 미·일 정상회담이 있기 전 미국 정부내에서 논의됐다고 말해 엔화하락세를 주도했다.

지금까지는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디플레이션 압력을 경감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엔화약세를 지지하는 의견이 높았다.

거래자들은 일본의 수출을 진흥시켜 경기회복을 가져오기 위해 도쿄와 워싱턴에서 엔화약세를 원하고 있음을 예의주시해왔다. 거래자들의 이같은 믿음은 달러에 대한 엔화가치를 3월 초 이후 7%나 하락시켰다.

그러나 엔화가치 하락을 지지해왔던 일본 지도자들이 이제는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일본이 인위적으로 엔화약세를 유동하지 않을 것을 밝혔다고 일본 재무성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2일 일본 지도자들은 엔화가치를 지지한다고 강하게 입장을 표명했다. 일본 통화정책을 조정하는 미야자와 기이치 재무상은 "엔화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시장개입 시사 발언을 함으로써 시장거래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자민당 정책수석인 가메이 시즈카는 "달러/엔 환율이 126엔대까지 올라간다면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며 "환율이 120엔대 주변에서 머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지지통신에 따르면 미조구치 젬베이 일본 재무성 국제금융국장도 급격한 엔화 약세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급격한 엔화가치 하락은 미국과 아시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미야자와 재무상은 "엔화하락은 미국과 아시아 지역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림으로써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화약세는 최악의 경우 아시아 통화가치 하락으로 지난 97~98년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미 다른 아시아 통화들도 엔화와 동반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일 한국은행은 원화를 지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외환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원화가치도 98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또다른 우려는 엔화약세가 잠재적으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리라는 것이다. 만약 투자자들이 엔화가치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다면 일본 주식과 채권시장으로부터 자금을 거둬들이게 돼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분석이다.

한편 미국은 일본이 은행권의 부실채권 처리를 포함한 금융개혁을 진지하게 추진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엔화의 약세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한 고위 관계자는 "일본이 필요한 개혁조치는 취하지 않은 채 미국의 엔화약세 허용을 기정사실화한다면 일본 정부에 미국의 우려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관리들은 일본이 침체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 높은 환율을 이용해 수출을 늘리려 할 것이 아니라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금융개혁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재무상도 "미국 정책입안자들 중 달러 강세정책에 반대되는 의견을 표명한 사람은 없었다"며 "미국의 강한 달러 정책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달러/엔 환율은 2일(현지시각) 뉴욕외환시장에서 지난 주말보다 0.46엔 오른 126.79엔에 거래를 마쳤으며 3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오전 10시40분 현재 126.38~126.43엔 사이에서 호가되고 있다.

정유미<동아닷컴 기자>heav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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