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운용업계 '경영위기'

  • 입력 2001년 4월 1일 18시 55분


작년초 미래에셋의 ‘뮤추얼펀드 수익률 100%의 신화’를 믿고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난 자산운용사들이 경영위기에 몰려 있다.

주가폭등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너도나도 뛰어들었지만 주가폭락으로 수익률이 마이너스 40∼50%를 기록하자 작년 하반기 이후 고객이 떠나면서 장기적자 상태에 빠진 것.

정부가 2월부터 만기가 1년 이상인 개방형뮤추얼펀드를 허용했지만 시기를 놓쳐 자산운용사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주식형을 고집하던 자산운용사도 투신운용사처럼 채권형 및 차익거래형 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수익을 맞추기 어렵다〓28일 현재 펀드수탁고가 1000억원이 넘는 자산운용사는 SEI 미래 마이다스에셋 KTB자산운용 스커드캠프 등 5곳에 불과하다(표참조). 운용사들이 받는 수수료는 일반적으로 채권형은 0.3∼0.4%, 주식형은 0.8% 수준.

작년만 해도 증시활황으로 운용사의 수수료가 비교적 높게 책정됐지만 올해는 주가폭락으로 수수료율마저 감소했다.

기대를 모았던 개방형뮤추얼펀드도 증시가 좋지 않을 때 허용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KTB자산운용이 262억원, 미래에셋이 197억원을 모았을 뿐 나머지 회사는 100억원이 채 안된다.

개방형펀드는 펀드대형화를 촉진하고 운용사의 운용능력을 장기간 검증할 수 있는 훌륭한 제도지만 약세장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운용사가 손익을 맞추기 위해서는 수탁고가 적어도 2000억원은 돼야 한다”며 “자산운용사의 영업력은 투신 및 투신운용사에 비해 절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지금처럼 약세장이 이어질 경우 문을 닫는 곳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형으로 눈을 돌린다〓올해 자산운용업계의 가장 큰 변화는 SEI에셋코리아가 수탁고 1위를 기록한 것. 작년까지만 해도 별로 두각을 나타나지 못했으나 올해 채권형뮤추얼펀드 4177억원을 비롯, 총 7892억원을 모아 업계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회사는 채권투자의 강점을 살려 증시침체에 대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마이다스에셋은 주가변동기에도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차익거래형펀드에 승부를 걸었다. 작년 8월말 시작한 1호펀드(설정액 200억원)의 8개월 누적수익률이 11.27%로 매우 높게 나타나 수익성과 안전성을 입증받았기 때문. 최근 2호펀드를 판매해 320억원을 모았다.

마이다스에셋 조재민 대표는 “증시가 반등할 때까지 주식형펀드의 자금유입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주식형은 유지하면서 채권형 및 차익거래펀드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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