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alley리포트]e비즈니스, '적과의 동침'을 배워라

  • 입력 2001년 4월 1일 18시 52분


리처드 호퍼는 EToys의 주식을 30만주 소유한 투자자. 그는 시장정보에 어두워 투자자문회사를 상담역으로 고용했다. 1999년 10월 주당 84.25달러이던 주식은 올 2월 말 현재 단돈 9센트. 2500만달러에 달하던 그의 재산은 2만7000달러로 주저앉았다.

호퍼씨는 이에 격분, 투자자문회사를 직무유기로 고소했다. 죄목은 그에게 다각화의 개념을 설명해 주지 않은 것. 호퍼씨는 “만일 상담역이 내게 주식분산의 지혜를 귀띔만 해 주었어도 거의 전재산을 한 주식에 넣어 이렇게 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각화의 원리는 시소와 같다. 양쪽에 지분을 나누어 놓는 것. 한쪽이 기울면 다른 쪽이 올라가기 때문에 안정성이 유지된다. 이 원리는 위험을 줄이는 핵심이다. e비즈니스 사업에서도 다각화는 필요하다. 시장에 내포된 위험과 불확실성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

문제는 다각화의 방향과 시기. 인터넷 기업들이 범하기 쉬운 첫째 오류는 시장전개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을 B2C에서 B2B, e마켓, P2P로 확대시킨다는 점. 시소의 한편에 B2C 모델이 있다면, 시소의 다른 편에는 B2B, e마켓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러나 정작 온라인 B2C의 반대편에 있는 것은 오프라인 B2C이다.

인터넷 기업이 범하는 두번째 오류는 시점 선택. 시소의 받침 또는 지렛대가 충분히 구축되기도 전에 다각화를 서두르는 것은 문제다. 지렛대가 없는 다각화는 문어발식 확장에 불과하다. 문어발식 확장은 실패하면 도미노처럼 붕괴될 수 있다.

높이 오르기 시소경쟁에서 마주 앉은 사람은 적이거나 경쟁자다. 그렇지만 다각화를 위해 그들과 협력해야 하는 현실은 분명 아이러니다.

변화무쌍한 e비즈니스 세계에서 영원한 적은 없다. 그래서 ‘적과의 동침’은 e밸리 생태계 생존의 으뜸가는 지혜다.

changsg@stanford.edu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