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의 자아경영]프로페셔널의 조건

  • 입력 2001년 3월 30일 18시 57분


◇프로페셔널의 조건(피터 F 드러커)◇

어느 날 명동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베르디의 가극 ‘팔스타프’(Falstaff)음반을 사 갖고 왔다. 새로 내린 원두 커피 한 잔을 들고 마시며 들어보았다. 맑은 휴일 아침에 커튼을 걷고 창을 열었더니 푸른 하늘과 바람이 몰려들고 그 속에 새소리까지 섞여 있을 때, 우리는 새삼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이 음악이 그랬다. 어떤 때 이 음악은 500명쯤 가득차 왁짜지껄한 퇴근 후의 맥주집처럼 온갖 활력과 떠들썩함으로 가득하다.

피터 드러커는 1909년 생이다. 그러니까 우리 나이로 지금 아흔 셋이다. 아흔이 넘은 나이에 쓴 이 책에서 봄날의 강력한 활력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 베르디의 이야기가 나온다. 젊은 드러커에게 엄청난 생의 감동을 주었던 작곡가이다.

지우제페 베르디는 1813년 생인데, 81살이 된 1893년에 마지막 오페라인 팔스타프를 작곡했다. 드러커는 음악의 도시 빈에서 태어났고, 그래서 그 덕을 보았다. 줄을 서서 기다리면 입장 10분 전까지 팔리지 않는 표들은 무료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주어졌고, 가난한 드러커도 대학을 다닐 때 기다리고 있다가 무료입장권을 얻어 베르디의 오페라를 관람할 기회를 종종 가졌다.

팔스타프는 인생에 대한 열정과 활기로 가득찬 오페라다. 18세의 드러커는 이 강렬한오페라가 어떻게 여든 살 노인의 작품일 수 있는 지를 이해하기 위해 애썼다. 그러다가 그도 베르디처럼 살게 되었다. 베르디와 드러커는 늘 완벽을 추구했고 최선을 다했지만, 하고 나면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을 이해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한 번 더 도전하고 싶어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완벽에 도전하되 완벽이 늘 자신을 피해간다는 것을 오히려 즐기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달관과 함께 삶에 대한 강렬한 애정을 느낀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가능성과 새로운 시작으로 가득 찬 이유이다.

좋은 책에는 저자의 삶이 있다. 저자의 삶이 없는 책은 죽은 책이다. 이 책은 펄펄 뛰는 힘찬 열정으로 가득하다. 겨울이 지나간 봄날, 불쑥불쑥 치솟는 도도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경이로운 봄날, 지금쯤 보면 신나는 책이다. 이 책은 젊디 젊다.

어두운 인생에 둘러 싸여있다고 믿는 사람은 이 책을 보라. 젊은 사람은 이 노인이 자신 보다 더 젊은 사람임을 알게 될 것이다. 50세쯤 된 중년은 자신이 그동안 하찮은 나이에 너무 목에 힘주고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70이 된 노인은 틀림없이 살날이 아직도 창창하게 남았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좋은 책의 힘이다. 6장부터 볼 것.

구본형(변화경영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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