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출자전환 방침]"현대 일단 살리자" 최후처방

  • 입력 2001년 3월 27일 18시 43분


외환은행 등 채권은행단은 현대건설의 출자전환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뒤늦게 인정했다. 작년 11월3일 잠재부실 대기업에 대한 정리방안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현대건설은 ‘회생기업’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현대건설을 ‘정상’으로 분류한 지 불과 4개월여 만에 출자전환이 불가피함에 따라 당시의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때 청산 법정관리 검토▼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결정한 것은 4조5000억원에 달하는 현대건설의 부채를 3조5000억원 아래로 줄이지 않을 경우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 출자전환을 통해 부채를 적정수준으로 줄이면 영업이익으로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게 돼 회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워크아웃, 법정관리, 청산, 출자전환 등을 놓고 고심했지만 현대건설을 퇴출시켰을 경우 시장충격이 커 출자전환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출자전환이 불가피하게 된 것은 삼일회계법인의 외부감사 결과 2조9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삼일은 이라크공사 미수금 평가손 5363억원, 국내외 공사 미수금 5300억원, 유가증권 평가손 4100억원, 건설자재 평가손 4260억원, 하자보수비 5700억원, 기타 5000억원 등을 계상했다. 그동안 미수채권에 대해선 5%선만 상각했지만 이번에는 이라크 등 해외공사 미수금에 대해선 50%, 그 외의 미수금은 사안에 따라 비교적 높게 상각했다(삼일회계 김영식 전무).

그러나 삼일은 감사의견을 ‘적정’이 아닌 ‘한정’이나 ‘의견거절’로 내놓아 출자전환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감사의견이 한정이나 의견거절일 경우 회사채신속인수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으며, 그럴 경우 출자전환을 통한 회생이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감사의견은 회사채신속인수 대상선정과 직접 관련이 없다”면서도 “한정이나 의견거절을 받은 회사에 대해선 회생가능한지에 대해 논란을 빚을 수 있다”고 밝혔다. 채권단중 일부가 인수대상으로 남겨두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상선이 그룹 지주회사로▼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채권단이 현대건설의 대주주가 된다. 현대건설의 경영권이 정씨 일가의 손을 떠나는 것. 채권단은 출자전환과 함께 김윤규사장과 김재수부사장 등도 문책할 방침이다. 채권단은 이미 2월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회장 등 대주주로부터 출자전환 동의서를 받아뒀다.

▼동아건설과 형평성 논란▼

현대건설이 현대그룹과 분리되면서 현대그룹의 편제도 바뀐다. 현대그룹의 지주회사였던 건설이 그룹을 떠나면서 현대그룹 계열사 지배구조가 현대상선 중심으로 변모하는 것.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회장은 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지배력을 유지한다.

그러나 현대건설의 출자전환은 ‘대마불사’식 부실처리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파산결정이 내려진 동아건설이나 법정관리 절차가 진행중인 우방 등과 형평성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건설을 살리는 것은 ‘11·3조치’의 부실기업 처리기준과 다르기 때문이다.

<홍찬선·이훈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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