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음악속의 과학]콘서트홀 울림따라 음악느낌 달라진다

  • 입력 2001년 3월 21일 18시 27분


콘서트홀의 반향 시간이 음악 좌우

콘서트 홀의 음향 환경은 연주자의 연주만큼 중요하다. 특히 연주된 소리가 금방 사라지지 않고 한동안 남아있는 ‘잔향 현상’은 음악의 분위기를 크게 좌우한다. 잔향 시간이 적당히 길면, 음색이 풍부하고 소리가 따뜻하게 느껴지며, 잔향 시간이 짧으면 소리가 마르고 명확한 느낌을 준다.

중세 유럽에선 교회당의 잔향 현상이 작곡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큰 바실리카식 교회당은 잔향 시간이 길어서, 예배를 드릴 때 부르는 성가를 주로 여운이 긴 음악 형식으로 작곡했다.

반면 이탈리아의 오페라 하우스는 정교한 벽면 장식과 벨벳을 사용한 내부 장식이 소리를 흡수해 잔향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다. 여기에 맞춰 베르디 같은 이탈리아 작곡가들은 템포가 빠른 오페라를 작곡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잔향 시간은 콘서트 홀의 음향 환경을 특징짓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가구와 침대가 놓인 침실은 소리 흡수가 많아 잔향 시간(500Hz 기준)이 0.4초 정도밖에 안 되지만, 딱딱한 벽면으로 이루어진 넓은 교회당의 잔향 시간은 10초가 넘는다.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이나 미국의 보스턴심포니홀 같은 유명 콘서트 홀은 잔향 시간이 2초가 넘는다.

그렇다고 해서 잔향 시간이 길수록 무조건 좋은 콘서트 홀이라는 것은 아니다. 좋은 콘서트 홀은 음악에 따라 제각기 다를 수 있다.

모차르트 음악은 바그너의 음악보다 비교적 잔향 시간이 짧은 콘서트 홀이 좋고, 교회 음악인 헨델의 합창곡은 잔향 시간이 긴 콘서트 홀일수록 좋다.

콘서트 홀의 내부 구조가 잔향 현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를 눈여겨보는 것도 좋다.

얘를 들어, 말굽형 평면은 장식이 많은 벽면과 수 층에 달하는 갤러리 박스가 소리를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전향 시간이 짧아 오케스트라 연주에는 부적당하다. 부채꼴 평면은 양쪽 측면 벽이 평행하지 않아 소리의 충만함을 기대하기 어렵다.

콘서트 홀의 구조뿐 아니라 청중이 얼마나 많은가 역시 잔향 현상에 영향을 준다. 청중석이 가득 찰 경우 소리 흡수량의 55%는 청중들의 책임이다. 콘서트 홀이 영화관에 비해 청중석의 경사가 급한 것도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근사한 낭만주의 음악이나 헨델의 종교 음악을 들으러 갈 때는 청중이 많지 않은 날을 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청중이 적더라도 연주자가 성의 있게 연주한다면 말이다.

(고려대 연구교수)

jsjeong@complex.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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