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학의 자율성 존중돼야

  • 입력 2001년 3월 16일 18시 29분


사립학교 비리를 막을 제도적인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유로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당내 교육위원들이 만든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처리를 유보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이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여야 의원 20명은 독자적인 개정안을 지난달 말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 법안은 학교법인 이사회가 갖고 있는 교직원 임면권을 학교장에게 넘겨주고 비리 분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법인 임원들의 복귀를 엄격히 제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학 운영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극소수 비리 사학을 빌미로 건전한 사학까지를 싸잡아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실제로 개정안의 몇몇 조항은 사학의 자율성과 학교법인의 고유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이는 사학 설립 및 운영에 대한 의욕을 크게 약화시키고 사학의 생명력을 잃게 하는 것이다.

우선 이사회의 교직원 임면권 박탈은 사학을 설립하고 경영하는 권리 주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설립자의 건학 이념을 살릴 길도 없다. 막대한 개인재산을 투입해 사학을 설립한 사람이 학교 운영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마저 갖지 못한다면 누가 사학에 투자하려 하겠는가.

이사회를 사실상 학사업무 등에서 배제시키고 학교운영위원회(초중고)와 교수회(대학)가 이사 감사를 추천하는 등 막강한 힘을 갖도록 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는 법인과의 갈등을 유발해 학교행정을 분쟁으로 빠져들게 할 위험성이 크다. 학교법인의 임원 승인을 쉽게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악용될 소지가 많다.

지금 우리 교육은 지나치게 획일적이고 평면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다양성과 개성 있는 교육이며 이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사학이다. 모든 사학을 규제의 틀에 옭아매려는 사학법개정안은 이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사학에 비리가 있다면 형사법 등 관계법 절차에 따라 사법 및 행정기관이 처벌하고 단속하면 되지 학교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부패사학은 부패사학대로 엄격히 척결하되 건전 사학의 자율성과 특수성은 존중해야 한다. 사학은 사학으로서의 특성을 인정받을 때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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