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나스닥 '날개없는 추락'

  • 입력 2001년 3월 5일 18시 36분


‘나스닥의 날개 없는 추락.’

지난해 3월 10일 5048이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대나무가 쪼개지듯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나스닥지수가 1년 만에 58%가 내려앉았다. 자금 규모로 따지자면 1년 만에 4조 달러(약 5000조원)가 나스닥 시장에서 사라진 것. 2일 나스닥지수는 2117.63으로 인터넷 열풍이 불기 시작하던 98년 12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들어 나스닥지수는 하락 속도가 한층 빨라지면서 2월 한달 동안 22.4%나 급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 LA타임스 CNBC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4일 ‘나스닥 5000 돌파 1년 후’라는 분석 기사를 통해 “현재 나스닥지수는 98년 말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면서 “나스닥의 회복은 상당기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스닥 더 떨어진다〓닷컴업계의 기대주였던 아마존은 1년 전 주당 75달러에서 현재 10달러까지 떨어졌으며 탄탄한 수익실적을 보였던 시스코 주가 역시 1년 사이 82달러에서 22달러로 70% 이상 하락했다. 그러나 수익실적에 대비한 주가 적정도를 평가하는 주가이익비율로 볼 때 나스닥 기업들은 아직 다우지수나 S&P500지수 기업들보다 4∼5배 높은 수준. 이는 기술주의 거품이 아직 걷히지 않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첨단기술 기업들의 재고 상황이 호전되는 7, 8월까지는 수익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면서 “이 때까지 나스닥이 추가로 떨어질 여지가 크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또 “현재 나스닥지수는 98년 말과 비슷하지만 그때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기술투자에 나섰던 반면 지금은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이 기술주 매입 적기라고 인식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충고했다.

▽‘부의 효과’ 역전 현상〓일반적으로 주식시장은 경기 상황을 뒤따라가지만 최근 수년사이 증시가 미국 경제를 이끌어왔다. 90년대 후반 주가 상승으로 소비지출이 증가하는 ‘부의 효과’ 현상은 미국 경제 성장률을 1%포인트 올려놓는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나스닥 폭락은 ‘부의 효과’ 역전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1년 사이 소비자신뢰 하락이 지출 감소로 이어지면서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자금도 줄어드는 증시침체의 악순환에 돌입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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