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득헌의 스포츠 세상]"올림픽메달을 팝니다"

  • 입력 2001년 3월 5일 18시 35분


“평생 교육자로 산 내가 그 돈을 손자손녀의 교육을 위해 쓴다면 그것도 뜻이 있는 일 아닐까요.”

76세의 할머니 셜리 스트릭랜드. 물리학과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 신분으로 1948년부터 3회 연속 올림픽에 허들과 달리기 선수로 출전해 금메달 3, 은메달 1, 동메달 3개를 따내 호주를 빛낸 그녀의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녀는 얼마 전 올림픽 메달, 9개의 세계신기록 트로피, 올림픽 유니폼, 상장 등의 문서 를 4월의 경매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 기념물들은 호주 국민을 위해 보관돼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의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더 이상 관리하기도 힘들고, 11명의 손자손녀들에게 할머니로서 뭔가 해주고도 싶고….”

그녀의 기념물은 금메달 하나에 6만 호주달러(약 4200만원) 등 모두 40만 호주달러(약 2억8000만원)쯤에서 경매가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러한 일이 생길까. “예끼 여보쇼,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은 격려금도 연금도 받는 데 누가 감히 야단맞을 짓을 하겠소.” “만일 경매에 내놓는다 해도 그걸 누가 사요. 그리고 얼마에 사겠소. 지난번 올림픽 금메달은 값으로 따지면 제작비 포함해 12만원쯤에 불과하다던데.”

사실 올림픽 메달의 경매는 우리로서는 남의 얘기나 마찬가지이다. 대한체육회가 운영하는 스포츠박물관은 양정모씨와 심권호씨의 금메달과 장창선씨의 은메달을 빌려 보관 또는 전시하고 있지만 기증받은 것은 없다. 연인원 378명의 올림픽 메달리스트 모두가 소중히 보관하고 싶어하는 까닭일 게다. 자부심과 명예의 징표일 터이니 그럴 만하겠다.

그렇다면 스트릭랜드 할머니의 올림픽 메달 경매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올림픽 메달이야 팔아서 쓰든 녹여서 쓰든 처분에 제한도 없고, 올림픽 메달리스트 자격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그런가보다라고 넘길 것인가. 아니면 박물관 등에 기증해도 될 터인데 판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못마땅하게 여길 것인가.

아무튼 나는 이렇게 생각해본다. 그녀는 올림픽 메달로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 낼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고. 메달이 그냥 손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며, 메달리스트의 사회적 공헌도가 적지 않음을 주목한다는 말이다. 메달 자체야 희소가치나 교환가치도 별게 아닌데 그녀의 메달이 고가로 팔리리라는 것은 바로 메달리스트의 사회 정서적 기여에 대한 평가인 셈이다.

올림픽을 포함한 국제대회 메달이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게 되는 사회. 젊은이들이여 메달에 도전해 보라. 그런 사회가 반드시 그리고 머지않아 오리니….

<논설위원·체육학박사>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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