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불황기 투자 부동산에 눈돌려보자

  • 입력 2001년 2월 27일 20시 12분


“돈은 있는데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6%대로 떨어지고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600선과 100선 밑을 헤매는 요즘 이처럼 고민 아닌 고민을 하는 사람이 적잖다. 금리가 6.3%라는 것은 소비자물가상승률(4.2%)과 세금을 감안하면 실질금리가 1%대 남짓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쉽게 정리하면 1억원을 예금하고 한 달에 10만원도 안되는 이자수입을 얻는다는 의미다. 주식시장도 저금리 상황을 맞아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해 반 토막난 주식시장을 경험한 투자자들의 경계 심리와 국내외 경제 여건이 좋지 않고 뚜렷한 호재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 반영된 탓으로 보인다. 이런 때에는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안정성과 유동성이 높은 투자 상품을 골라야 한다는 게 재테크의 기본 상식. 부동산은 이런 두 가지 특성을 고루 갖춘 상품이다.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고수익 상품이라는 인식 때문에 붐을 이뤘던 주식의 경우 안정성이 없다. 좋을 때는 좋지만 떨어질 때는 ‘날개 없는 추락’을 하기 십상이다. 99년 평균 3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던 주식은 작년 한해 반 토막났다. 수익은 커녕 원금을 까먹고 깡통계좌를 찬 투자자들도 적잖다. 반면 부동산은 사기 등을 당해 소유권을 잃는 것이 아니라면 최악의 경우에라도 원금을 떼이는 경우는 드물다. 그만큼 안전하다는 의미다.

유동성 문제도 역세권아파트나 한강변아파트 등 인기 상품일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최근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부동산 관련 금융상품이나 정부가 5월과 7월에 선보일 ‘부동산 뮤추얼펀드’ 및 ‘부동산투자신탁회사(REITs)를 활용하면 여느 금융상품과 다를 바 없는 유동성을 지니게 된다.

일부에선 실업자 양산과 불투명한 경기 상황 등을 들어 부동산 투자 신중론을 주장한다. 그러나 실업자라도 집이 필요하다. 게다가 올해 주택경기 부양 등등의 목적으로 서울시내 곳곳에서 재건축 재개발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철거된 집에서 나온 사람들이 살 집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얘기다.

여기에 금융권의 초저금리 상황을 맞아 좀 더 높은 수익을 보장해줄 상품을 찾아 떠도는 이른바 ‘부동자금’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시중의 단기 부동자금은 대략 23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같은 자금의 극히 일부라도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면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하다.

그렇다면 어떤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좋을까. 이를 알기 위해선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알고, 그같은 시장 변화에 반발 정도 앞서서 인기를 모을 상품을 고르는 안목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부터는 아파트값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들은 우선 올 상반기 이후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주택공급 물량은 60만 가구에 달하던 IMF 이전의 절반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수도권에서 신규 주택수요는 최소 30만∼35만 가구 안팎에 이른다. 그만큼 수급 불균형이 생겼다는 의미다. 집은 분양 후 2∼3년 후에나 입주할 수 있다. 따라서 수급불균형의 여파는 올해 말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여기에 환경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지면서 정부가 수도권 난개발 방지를 이유로 준농림지 개발 규제를 대폭 강화했고 서울시도 이에 발맞춰 도심 재개발 재건축 관련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대규모 주택 공급이 근본적으로 어려워진 셈이고 가격 상승 압력은 커졌음을 시사한다.

그렇다고 부동산이 무조건 돈이 된다는 생각으로 ‘묻지마 투자’를 해선 곤란하다. 전국적으로 주택보급률이 95%(지난해 말 기준)에 육박한 상태다. 만성적인 공급 부족은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의미고 가격 상승에도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돈 될 만한 아파트에 수만명이 몰리고 그렇지 못한 아파트에는 청약자가 거의 없는 현실이 이를 반영한 결과다. 부동산 전문지 부동산뱅크가 지난해 서울시내 아파트의 투자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평균 5.48%로 지난해 일반 정기예금 평균금리인 7.80%보다 2.32% 포인트나 낮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 부동산 투자에서 과거와는 다른 안목과 자세를 갖추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서브’의 김정렬 사장은 “주식 투자하듯 부동산상품의 수익성과 환금성, 앞으로 경기 흐름 등을 종합 분석해서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인터넷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의 김희선 이사도 “과거처럼 지역을 불문하고 부동산값이 일거에 급등하는 상황이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역적 특성을 파악하고 싸게 사고 비싸게 팔 수 있는 타이밍을 익힐 때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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