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곽승준/사외이사제 심층분석 아쉬워

  • 입력 2001년 2월 23일 18시 20분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온라인 및 멀티비전 매체의 대중화는 신문의 존재를 위협하기도 한다. 따라서 신문도 신문 나름대로의 특성을 살리면서 여러가지 시대 추세에 부합하는 변화를 모색해야만 한다. 특히 신문은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같은 매체보다 속보성은 떨어진다. 신문은 이런 약점을 뛰어난 해설 기능과 심도 있는 분석 능력으로 극복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 경제적으로 쟁점이 되는 현안이나 국가 정책 기조의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신문의 분석, 기획, 조정 능력이 더욱 요구된다.

최근 사회적, 경제적으로 심각한 여론 분열 현상을 보이는 현안 중 하나가 새만금사업이다. 나아가 이미 58% 정도 공사가 진행된 상황에서 이토록 논쟁을 벌이는 것은 환경단체 및 학계에서는 새만금사업을 지속가능발전이라는 국가정책 기조의 큰 전환점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13일자 A29면, 20일자 A2면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하지만 단순한 시화호와의 비교나, 국무총리 수질개선기획단의 결정에 대한 추측 기사로는 논쟁의 본질을 전달하기 어렵다. 또 새만금사업의 쟁점은 단순히 수질오염만이 아니다.

정부도 사업의 중요성을 고려해 지난 1년간 민관조사단을 구성해 조사 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에 대해 학자들 사이에 심각한 의견 대립이 있고, 특히 경제성 평가에 대해서는 경제학계에 몸담고 있는 대다수 학자 및 전문가들이 결과를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작위적이고 부적절한 연구 방법이 적용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좋은 신문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분열 양상을 보이는 국가 중요 정책에 대해 문제의 핵심을 심층 분석해 정부가 현명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 동아일보의 전문성과 심도 있는 분석 기획 능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20일자 1면을 통해 동아일보는 사외이사제도를 보도했다.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사회이사제도를 본격적인 주총시즌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다루었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했다.

특히 견제기능의 약화와 한국의 연고주의에 기인한 사외이사제도의 문제점들에 대한 기사는 짜임새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이미 교육부장관의 퇴진과 한 시민운동가의 도덕성 논쟁까지 불러일으켰던, 본래의 취지와 어긋나게 운영되고 있는 사회이사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기사가 없어 아쉬웠다. 예를 들어 전직 고위 공무원들이 대기업의 사외이사로 대거 선임된 대표적인 관경(官經)유착 사례도 있다.

또한 금융감독위원회의 비상임위원을 맡고 있는 교수나 변호사가 재벌기업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었다는 사실도 있다. 금감원의 공신력을 하루아침에 떨어뜨릴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본격적인 사외이사 선임 시절을 맞이해 이런 문제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미리 경종을 울려 주는 것도 신문의 견제 기능 중 하나일 것이다.

곽승준(고려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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