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흐리는 막무가내 발언

  • 입력 2001년 2월 16일 18시 26분


자민련의 송석찬(宋錫贊)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정계은퇴를 촉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그는 이 총재가 61년 ‘민족일보 사건’때 혁명재판부 배석판사로 언론말살과 인권탄압에 앞장섰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과 총풍, 세풍, 안기부 돈 신한국당 유입 사건 등에 책임을 지고 정계를 떠나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어렵사리 정상화된 국회에서 이런 돌출발언으로 여야 관계를 긴장 국면에 빠뜨린 것은 유감이다. 당장 한나라당은 송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고 해당 발언의 속기록 삭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3당 총무가 만나 국회 무(無)파행 다짐을 한 지 불과 하루도 안 돼 이런 턱없는 정쟁거리를 만들어낸 국회가 참으로 한심스럽다.

송 의원이 민족일보 재판의 시비를 가리자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잣대로 사건을 재량하고 그에 따라 다른 당 총재에게 물러나라고 촉구한 것은 도리가 아니다. 적법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선출된 공직자에게 명확한 잘못없이 퇴진을 요구할 수 없듯 당원들의 지지로 총재에 선출된 사람을 다른 당에서 확실하지도 않은 과거의 전력을 들먹이며 은퇴 운운하는 것은 정치도의에 맞지 않는 일이다.

이번 송의원의 발언이 해묵은 ‘색깔론’과 ‘전력(前歷)론’에 불을 붙인 것도 유감이다. 한나라당은 송 의원의 발언이 있은 후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지만 과거의 용공 행위들이 이 정권에서는 애국 행위로 둔갑하고 있다”며 색깔론을 제기했다. 또 “민족일보 사건은 5·16후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와 관련이 있으므로 그에게 물어보는 것이 옳다”며 역공하고 나섰다.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소모적 논쟁을 재연시킨 것이다.

국회를 정상화하고 무파행 운영을 다짐한 것은 민생을 돌보고 경제를 회복시키자는 민심을 좇은 것이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은 그 취지에 걸맞게 할 말, 안할 말을 가려 하는 슬기를 보여야 마땅하다. 사정이 그런데도 정부를 향한 질문 대신 상대당 흠집내기, 다른 당 지도부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하고 급기야 은퇴까지 촉구하는 등 소모적인 정쟁거리나 만들어내니 국민이 정치를 불신하다 못해 혐오하게 되는 것이다.

송 의원은 이번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옳다. 그런 자세를 보여야만 여야가 진심으로 대화하고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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