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니 베르사체, 모니카 셀레스, 그리고 바로 당신 뒤에 스토커가 있다.” 엊그제 영국 BBC방송은 이제 누구나 스토킹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디자이너 베르사체가 스토커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테니스 스타 셀레스는 경기 중 스토커의 칼에 다치는 등 주로 유명인을 겨냥했던 스토킹 범죄가 보통 사람들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BBC는 16∼30세 여성의 20%, 남성은 10%가 스토킹 피해를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스토킹은 현실공간의 문제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특정인을 괴롭히는 사이버 스토킹이 급증하고 있다. 변심한 여자 친구의 전화번호 사생활 등을 반복적으로 게시판에 올리거나 당사자에게 직접 음해성 E메일을 보내는 식이다.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14∼39세 남녀 네티즌 6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은 27.1%가 사이버공간에서 성폭력을 경험했고 이 가운데 사이버 스토킹 피해도 4.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90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49개주가 차례로 반(反)스토킹법을 제정했고 98년 제정된 연방 반스토킹법은 사이버 스토킹도 처벌대상에 포함시켰다. 일본도 지난해 스토커 규제법을 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우리나라의 경우 스토킹 범죄를 대상으로 한 특별법 제정은 아직 논의 단계. 주로 폭력행위 처벌법 등을 적용하고 있으나 사이버 스토킹에 대해선 7월에 발효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 처벌규정이 명시돼 있다.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을 노려 ‘열번찍기의 오기’를 부렸다간 큰코다칠 것이다.
<송대근논설위원>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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