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게놈시대, 지혜롭게 맞자

  • 입력 2001년 2월 12일 18시 35분


인간 게놈(유전자) 지도의 완성으로 인간은 새로운 세계를 그릴 수 있게 됐다. 미국 등 6개국 컨소시엄 인간게놈프로젝트와 민간기업 셀레라 제노믹스가 어제 공개한 완전한 인간 게놈 지도에는 바로 인간 생명의 신비를 풀어줄 단서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인간 게놈 지도의 완성은 무병장수(無病長壽)를 소망하고 있는 인간에게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게놈 지도를 통해 유전자 작용을 알아내면 암이나 심장병 같은 유전적 질환의 원인 규명과 치료도 가능한 까닭이다. 물론 지속적 연구가 전제되는 것이지만 수년 내에 수백개의 질병유발 유전자가 확인될 것이며 결국에는 개인별로 난치병 유전자를 찾아내 문제를 해결하는 맞춤 치료와 유전질환 검사에 따라 유전자가 조작된 건강한 신생아도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인간 게놈 지도가 또 하나 획기적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정신적 질환이나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 같은 중독성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도 결정적 역할을 하리라는 점이다. 이는 현대의학이 각종 중독성 질환의 50%가 유전적 요인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그래서 ‘치료약품이 교도소를 대신할 날이 올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인간의 달 착륙에 비견되는 인간 게놈 지도 완성을 마냥 밝게만 볼 일은 아니다. 아직 연구과제가 많아 실질적 적용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과 함께 우려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유전자 조작에 의한 ‘맞춤 인간’이 탄생되거나, 개인 유전자 정보 공개로 인해 취업이나 보험계약 같은 일상생활에서 열성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이 차별 받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유전자 정보의 상업화에 따른 지적재산권 논쟁과 선진국의 정보 독점 같은 일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21세기는 게놈과학과 생명공학의 시대이다. 96년 생명과학연구소에 게놈사업단을 만든 우리나라는 올해를 ‘생명공학의 해’로 정하고 2010년까지 세계 7위의 생명공학기술국에 진입한다는 목표 아래 연구에 진력하고 있다. 이번 인간 게놈 지도 완성에도 우리나라 과학자 5명이 참여해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의 게놈 연구 수준은 초보 단계이다. 정부와 과학계는 우리나라에 많은 유전적 질병 연구에 전념하는 연구 특화 같은 방안으로 과학과 기술의 세기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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