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인천공항 입국자 면세점 설치해야하나

  • 입력 2001년 2월 9일 18시 42분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설치해야 합니다.”

“소비 심리를 부추기고 관세법 취지에도 맞지 않습니다.”

올 3월29일 개항하는 인천국제공항에 입국자용 면세점을 설치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항 운영 주체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최근 인천공항 입국장에 면세점을 설치하기 위해 관세청에 공항 내 면세구역 확대를 위한 ‘관세법’ 개정을 요청했다. 외국에 나간 한국인 여행객들이 현지 공항 면세점에서 양주와 화장품 등 각종 물품을 대량으로 사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외화 유출 방지 차원에서라도 입국자용 면세점 설치가 시급하다는 것.

이에 대해 관세청은 ‘조세 원칙상 면세점은 물품을 외국으로 반출하는 조건으로 설치된다’는 관세법 취지에 위배된다며 공사측 요청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입국자용 면세점이 과소비를 조장하고 면세 상품 확대에 따른 세수 감소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도 함께 들었다.

▽공항공사 논리〓국내에서 소비될 돈이 불필요하게 외국 공항 면세점으로 흘러나간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해외 여행에서 돌아오는 내국인들이 선물을 사려고 해도 국내 공항 입국장에 면세점이 없는 것을 의식해 현지 공항에서 선물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사측 추산에 따르면 이런 방식으로 소비되는 돈이 연간 1000억원이 넘는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공사측 생각.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공사로서는 수익이 높은 사업을 통해 재무 구조 개선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입국장에 면세점을 유치할 경우 임대 수입으로 연간 250억∼300억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공사측은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사는 인천공항 동 서쪽 여객터미널 입국장에 각각 85평씩 모두 170평 규모로 배정한 면세점 공간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은 채 유보 공간으로 두고 관세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관세청 생각〓해외여행에서 돌아오는 내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으로 몰려가 과소비를 할 개연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공항 면세점의 경우 상품 대부분이 고급 브랜드여서 그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 또 대부분이 수입 상품이어서 국내에 유입되는 돈이 공사측이 추산하는 만큼 많지 않다고 보고 있다.

통관 절차가 늦어지는 점도 반대 이유 중 하나다. 면세점이 들어서면 짐을 찾은 승객들이 공항 밖으로 나오지 않고 쇼핑을 하는 바람에 혼잡이 가중된다는 것이 관세청측 판단.

조세 수입 감소도 고려되고 있다. 면세상품 판매가 확대되면 그만큼 세금을 부과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손해라는 논리다.

▽외국 사례〓현재 공항에 입국자용 면세점을 둔 곳은 싱가포르 창이공항, 말레이시아 세팡공항, 홍콩 첵랩콕공항, 대만 장개석공항 등 아시아권 공항이 많다.

이들 공항의 경우 수입보다는 고객 편의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판매 품목도 술 담배 화장품 초콜릿 등 간단한 선물용이 주류를 이룬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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