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칼럼]부시 에너지정책 정치적 계산 앞서

  • 입력 2001년 2월 5일 18시 35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얼마전 캘리포니아 전력 위기에 대해 말하면서 과도한 대기오염규제를 비난했다. 캘리포니아 전력회사들이 100%의 전력 생산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환경규제가 있다면 이제 그 규제 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즉각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그것도 환경보호주의자가 아니라 전력회사로부터 나온 반박이었다. 한 전력회사는 지역신문에서 “환경규제가 전력생산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은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환경규제가 새로운 발전시설이 들어서는 데 장애물이 됐다는 의견도 그릇된 것이다. 실제로 환경보호주의자들은 대부분 캘리포니아 전력산업의 규제철폐를 환영했다. 가스를 원료로 하는 새 발전시설들이 늘어나 대기 오염이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희망에는 ‘님비 현상’이라는 변수를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부시 행정부는 위기 타개책으로 ‘더 많은 스모그를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최근 부시 행정부는 캘리포니아의 위기를 이용, 북극해 주변 툰드라 지대에서 석유를 개발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극해에서 석유를 개발하는 것과 전력위기와는 사실상 관련이 거의 없다. 기껏 해봐야 앞으로 10년 뒤쯤 미국의 석유 생산량을 조금 늘리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또 석유개발에 드는 비용에 비해 수익도 생각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석유개발이 미국의 국가적 의제로 설정된 것일까.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이런 계획을 밀어붙이려는 부시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이해하려면 ‘비용 대 효과’라는 경제학적 계산만으로는 부족하다. 바로 ‘정치적 계기’라는 본질적 요소를 파악해야 한다. 부시 대통령의 참모들은 온건주의자를 넘어뜨리는 방식으로 ‘상대후보가 전국투표에서 더 많은 득표를 했다’는 사실을 국민의 머리 속에서 지우길 원한다. 특히 환경문제는 상대후보가 ‘보호’를 역설했기 때문에 집중적인 표적이 됐다.

이런 전략이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끼칠 영향은 무척 클 전망이다. 알래스카 석유개발 계획은 서막에 불과하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사람은 조 바튼이다. 바튼씨는 미 하원 상무위원회 내에 신설된 ‘에너지 대기 정책’ 소위원회를 이끄는 텍사스 출신 의원이다. 머지 않아 대기오염규제 법안의 상당부분이 파괴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반(反) 환경주의가 목표가 되는 현상이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정치인들은 이윤이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입지를 증명하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려는 것 같다. 현재 우리는 그런 ‘이상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이상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정리〓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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