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투자에 있어 자기과신은 화를 자초한다"…WSJ

  • 입력 2001년 2월 5일 15시 42분


지난 한 해 끝없이 부풀기만 하던 나스닥 첨단기술주들의 주가가 빠지는 순간, 투자자들의 자신감에도 큰 구멍이 뚫렸다. 거품이 빠지는 양상은 우리 안에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던 자아의 추락을 연상케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4일(현지시각) 자기과신에 빠져 무모한 투자를 하는 투자자들에게 돌아오는 대가는 손해뿐이라며 투자에 있어도 신중을 기할 것을 충고했다.

다음은 그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성공하면 내 탓 실패하면 나쁜 운 탓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평균적 인간보다 지성적이고 뛰어나다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의 의견 또한 고귀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 같은 태도는 그대로 투자성향에 반영된다.

비록 시장의 상황이 우울하다고 해도 우리는 '나만큼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적어도 1990년대 후반까지는 우리 모두가 영리한 투자자였다. 모든 주가가 다 상승했기 때문에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는 것은 시간을 지체하는 것이고 이익을 놓치는 일이었다.

시카고대학의 금융전공 니콜라스 바버리스교수는 "투자자들은 성공하면 자신이 영리한 탓이고 실패하면 나쁜 운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투자자는 결국 자기 자신을 천재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투자결과가 시장평균수익률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

UC데이비스 대학의 금융전공 데런스 오딘교수도 "우리는 자신이 편하게 느끼는 대로 세상을 재단한다"며 "이 같은 경향 때문에 진실과 정확한 계산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마치 세상의 모든 일이 자신이 예측한 대로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일처럼 말이다.

자기과신이 항상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산타 클라라대학의 금융전공 메이어 스태트먼교수는 "자기과신은 새로운 사업시작을 위한 위험을 감수하게 하고 더 좋은 직장으로의 이직을 자극하는 등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딘교수는 "자기과신이 긍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것이 투자로 연결될 때는 부정적인 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자기과신형 투자자의 성향

자기과신으로 물든 투자자의 경우 그들은 몇 개의 우량주와 펀드만을 선호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이 한곳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증시는 이 같은 소수 우량주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지속적인 오름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누가 이 같은 우량주를 다 가질 수 있으랴? 누군가는 손해를 봐도 크게 보게 돼있다.

또한 자기과신형 투자자는 저평가된 주식을 대량매수함으로써 이들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좋은 주식을 발굴해 내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마치 주사위를 던지듯 정확한 정보 없이 투자하기 때문에 시장의 불안정성만 증대시킨다는 지적이다.

물론 현재와 같은 증시분위기 속에서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안전투자성향을 보이고 있다. 오딘교수도 "시장에 불확실성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투자를 꺼리고 이미 투자했던 돈은 회수하기 바쁘다"고 현 시장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자기과신형 투자자는 존재한다고 바버리스 교수는 말한다. 그는 "이들은 사람들이 언제 주식시장으로 다시 몰릴지 주목하고 있으며 초기에 진입해 많은 수익을 올리고 나서는 또 다시 자신의 능력을 과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태트먼 교수도 "자기과신형 투자자는 저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나이가 들어 저축에 의해서 보다는 투자에 의해서 은퇴생활을 즐기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며 "결국 저축이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병희<동아닷컴 기자>amdg3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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