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그린스펀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BW

  • 입력 2001년 2월 5일 11시 52분


"세계 경제대통령"

그린스펀 연준리(FRB)의장을 늘 따라 다니는 수식어다. 미국중앙은행의 총재로서 그의 한마디에 미국증시는 물론 세계증시가 춤을 춘다.

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지난달 31일 FRB의 금리인하를 계기로 또 한번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그린스펀의장의 금리정책을 분석하고 진정으로 그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보도했다.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그의 사명

14년 동안 FRB총재자리를 지켜온 그에게 요즘처럼 골치 아픈 적은 없을지도 모른다. 10년간 번영의 비행을 이끌었지만 너무나 조종간을 높이 들어올린 탓에 급격한 추락과 함께 승객의 안전마저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건대 그에게 늘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90년 걸프전을 전후한 경기침체시기에 그린스펀은 중대한 실수를 범했다. 당시 걸프전의 영향으로 유가가 치솟는 등 소비심리가 극도로 침체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지표들은 아직 침체의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었다.

그린스펀은 소비심리보다 경제지표를 더 중시한 나머지 금리인하시기를 놓쳤고 경기둔화를 막지 못했다.

그가 지난달 25일 상원 예산청문회에 참석해 "소비신뢰가 떨어지는 것이 진정한 침체로 접어드는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보면 그가 이제 얼마나 소비심리를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다.

FRB는 경제지표가 뚜렷한 경기침체를 반영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 한 달 사이에 무려 1%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해 소비심리회복에 힘썼고 추가적인 금리인하의 가능성을 비추기도 했다.

이처럼 그린스펀은 소비자들의 심리에 의해 경기침체의 여부가 결정된다고 보기 때문에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해야지만 경제가 받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신경제의 신화가 헛된 것이 아니기를 바래

그린스펀이 바라는 또 다른 희망은 경기둔화가 일시적인 것이며 지난 10년간 경제적 번영을 이끈 신경제가 그 생산성향상을 유지한 채 다시 한번 고성장의 신화를 재현해 주는 것이다.

그린스펀은 장기적 관점에서 신경제에 기반한 생산성향상과 수익전망을 밝은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경기둔화는 일시적인 것이며 장기적으로 미국경제가 V자형 발전을 이룰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 즉 성장-일시적 둔화-성장의 발전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이다.

현재로선 이 같은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U자형(경기가 일정기간 침체로 접어드는 것)이나 L자형성장(장기침체를 수반하는 성장)을 보일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다.

신경제의 신화가 사상누각인지 아닌 지의 판단문제를 접어둔다 해도 그린스펀이 현재 가장 시급히 바라는 것은 소비심리회복에 있다. 소비자가 예전처럼 활발한 소비를 통해 기업의 이익을 늘리고 수익을 증대한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면 미국경제는 예전처럼 다시 성장의 가도를 달릴 수 있으며 그린스펀 자신의 명예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병희<동아닷컴 기자>amdg3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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