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안법 개정 서두를 일 아니다

  • 입력 2001년 2월 1일 18시 53분


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에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내놓기로 하면서 이른바 '국보법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여권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어떡하든 국가보안법을 개정하겠다는 자세다. 이에대해 야당인 한나라당은 물론 공동여당인 자민련도 국보법 개정에 찬성할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이다.

본란에서 이미 말했듯이 국보법은 남북평화협력의 시대에 맞게 손질되어야 한다. 특히 과거 군부독재정권하에서 숱한 인권침해를 부른 독소 조항은 비록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합리적으로 정리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논란을 벌여온 국보법 문제는 단순히 법논리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국민정서적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 개별 조항의 법리적 문제를 떠나 아직도 상당수 국민에게는 '국보법은 국가안보'란 상징성으로 각인되어 있다.

특히 우리가 이번 논란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은 여권의 국보법 개정 추진이 특별한 시점 과 맞물려 있지 않느냐는 점 때문이다. 즉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이전에 국보법을 개정하려고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대단히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예를 들어 보안법 제7조 찬양·고무 조항의 경우 그동안 이것이 악용 또는 남용되어 온 독소조항으로 지적돼왔다. 그러나 김정일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질 경우 일부 젊은이들이 조직적으로 인공기를 들고 거리에 나와 찬양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이에 대항하는 단체가 반대시위를 할 경우의 충격과 혼란, 갈등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심지어 북한의 노동당 주장과 비슷한 것을 내건 단체가 나오지말라는 법이 없지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부 보수층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국보법 개정은 북의 요구에 따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체제의 우월성을 바탕으로 '우리의 필요'에 따라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아직 이러한 '필요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념적 정서적 통일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김위원장 답방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개정을 서두른다면 이념갈등에 따른 남한사회의 국론분열이란 득(得)보다는 실(失)이 훨씬 큰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김정일위원장의 서울답방과 국보법 개정은 별개사안으로 봐야 한다. 억지로 묶으려다가는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을 낳을 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여권은 숙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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