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만달러'의 진상과 검찰

  • 입력 2001년 1월 31일 18시 54분


국민은 헷갈린다. 정권에 따라 사건의 실체도 달라지는가. 아니면 과거 검찰의 수사능력이 모자랐던 것인가. 검찰 스스로 과거의 잘못된 결론을 바로잡은 것이라 하더라도 ‘왜 하필 지금이냐’는 점에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검찰은 엊그제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을 명예훼손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평민당 총재 시절이던 88년 당시 밀입북 파문을 일으켰던 서경원(徐敬元)의원으로부터 북한의 공작금 1만달러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정의원이 김대통령의 1만달러 수수를 전제로 이런저런 얘기를 한 것은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정의원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가운데 특히 1만달러 부분을 주목하는 것은 검찰이 이번에 89년의 수사결론을 스스로 뒤집었기 때문이다. 검찰의 재수사 결론대로라면 당초 ‘서경원 밀입북 사건’ 수사가 정치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얘기다. 89년 당시 안기부 대공수사국장이던 정의원이 서전의원을 고문한 사실까지 인정, 검찰이 이를 공소장에 포함시킨 것은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사실 이 사건은 89년 6월 안기부가 처음 수사결과를 발표했을 때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안기부는 서전의원이 88년 8월 밀입북, 김일성 주석 등을 면담한 뒤 공작금 5만달러를 받았고 이 가운데 1만달러를 당시 평민당 총재에게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안기부의 이 같은 수사결과를 받아들여 김대통령을 국가보안법상 불고지혐의와 외환관리법 위반혐의로 기소했으나 91년 국보법 개정으로 불고지죄 적용범위가 축소되면서 검찰이 공소를 취소해 재판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간첩죄 등이 인정돼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98년 특사로 풀려난 서전의원도 이듬해 복권돼 이 사건 관련자에 대한 법적인 처벌은 모두 마무리된 상태다.

그런데도 검찰은 정의원 고소 고발사건을 계기로 사건발생 10년만인 99년 11월 재수사에 착수해 당초의 수사결론을 뒤집었다. 현재의 대통령이 직접 관련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검찰의 재수사 배경과 결론 번복에 대한 해석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물론 최종 판단은 법원의 몫이지만 검찰이 재수사 결론에 자신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시 수사팀에 대한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그것이 곧 정치권에 휘둘려온 부끄러운 과거를 스스로 청산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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