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액본인부담제 문제많다

  • 입력 2001년 1월 31일 18시 53분


보건복지부가 어제 대통령에 대한 보고에서 밝힌 소액진료비 본인부담제와 의료저축제는 각각 추진과 검토 단계이지만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보험재정 안정과 난치병 등에 대한 보험혜택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취지는 이해하지만, 병원을 자주 이용하는 노인층이나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는 점 등에서 의보의 근본 정신과 상충된다.

이 제도는 보험재정난 해소방안의 하나로 강구된 듯하다. 보험재정의 많은 부분이 감기 등 가벼운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진료비로 지급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가벼운 질환의 진료비는 본인이 직접 부담하는 대신 암 같은 중증 질환은 보험 혜택을 늘리자는 것이 이 제도의 장점이라고 보건복지부는 설명한다.

하지만 소액진료비 본인부담제의 추진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우선 병원을 자주 찾게 되는 사람들은 직접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이다. 가벼운 질환이라도 병원을 찾아갈 수밖에 없는 어린이나 노인층이 있는 가정과 저소득층에는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병원을 자주 이용하라고 할 때는 언제고 보험재정이 파탄지경에 이르니 직접 돈을 내라는 것은 부담액수에 관계없이 보험 정신에 어긋난다.

둘째, 이 제도는 지난해 1조원의 적자를 내는 등 파탄지경에 이른 보험재정 적자를 메우는 방안으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만성 적자 구도를 타파할 방안을 근본적으로 마련하지 않은 채 이 시점에서 환자에게 소액진료비를 내라는 것은 적자 떠넘기기인 셈이다.

셋째, 복지부는 아직 소액진료비의 한도를 정하지 않았고, 환자분산효과를 거두기 위해 이 제도를 3차 진료기관에만 적용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3차 진료기관을 선호하는 환자들의 속성을 본다면 실효성도 문제가 된다.

의료저축제도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의 일부를 떼어 내 개인별 계좌에 적립, 가벼운 질병 진료비를 지급한 뒤 적립액이 일정액을 넘으면 가입자에게 돌려준다는 것은 가수요 성격의 진료를 줄이고 보험재정 부담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병원을 자주 찾게 되는 사람은 저축계좌의 적립금이 바닥이 나 추가 적립이 불가피하게 되는 반면 건강한 사람은 적립금을 돌려 받게 돼 사회보험정신을 흐리게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복지부는 새 제도의 시행을 서두르지 말고 보험가입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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