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외국인, 국민은행 사고 주택은행 파는 이유

  • 입력 2001년 1월 31일 11시 09분


외국인들이 최근 국민은행을 꾸준히 매수하는 반면 주택은행은 매도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19일부터 30일까지 5일연속(매매일 기준) 외국인들은 주택은행을 순매도 했다. 95만주를 순매도하면서 66.72%(19일)에 달했던 외국인 지분율이 65.97%(30일)로 낮아졌다. 같은기간 주가도 3만 200원에서 2민 7900원으로 7.6% 하락했다.

반면 국민은행은 같은기간 지분율이 오히려 0.01%포인트 증가했다. 주가는 개인과 국내기관들의 매도로 4.70% 하락했다.

7월 1일 합병은행으로 거듭날 두 은행에 대해 외국인들이 상이한 매매형태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은행업종 애널리스트들은 두 은행의 합병비율이 국민은행에 다소 유리하게 결정될 것이라는 점을 외국인들이 의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현재 두 은행은 합병비율을 둘러싸고 의견이 대립해 있다. 국민은행은 시장가치(주가)와 자산가치를 모두 반영하자는 입장이고 주택은행은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하자고 주장한다.

주가비율대로 합병한다면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주주는 동일한 이익을 얻는다. 가령 30일 종가인 1만 7200원(국민은행)과 2만 7900원(주택은행)대로 1대 1.62비율로 합병할 경우 양은행 투자자들의 이해관계는 동일하다.

그러나 이같은 합병비율은 실현성이 없다는게 은행업종 애널리스트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승주 대우증권 은행업 애널리스트는 "통합은행은 앞으로 기업금융까지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은행이 주택은행보다 더욱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고 들려준다.

주택은행의 지난해 ROE(자기자본수익률)가 26.7%로 국민은행(19.3%)보다 높지만 주택금융이외에 특별한 노하우가 없는 점이 합병비율 산출과정에서 반영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국민카드를 합칠 경우 주당장부가치(BPS)가 2만 390원으로 주택은행의 2만 974원과 대등해 지는 것도 국민은행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재호 미래에셋증권 은행업종 애널리스트도 합병과정에서 국민은행의 투자가치가 좀더 부각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국민은행의 소매금융 노하우가 주택은행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을 뿐만 아니라 기업금융 경험도 풍부해 합병비율 과정에서 다소 유리한 위치에 설 것이다"고 예상했다.

이같은 두 은행의 차이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국민은행을 사고 주택은행을 팔아' 합병비율 차이에 따른 차익을 노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들의 지적대로 10시 50분현재 국민은행은 UBS워버그증권(20만주) 메릴린치증권(11만주) CSFB증권(6만주)를 사들이고 있다. 반면 주택은행은 메릴린치증권(4만 5000주) 크레디리요네증권(3만 1000주)를 통해 매도하고 있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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