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이스라엘 총리 직선투표 D-6

  • 입력 2001년 1월 30일 18시 45분


《중동 평화의 장래를 가늠할 이스라엘 총리 직선투표(2월6일)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에 찬성하는 에후드 바라크 총리(59)와 이에 반대하는 아리엘 샤론 리쿠드 당수(73)간의 대결이란 점에서 중동 평화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의 여런 조사에 따르면 바라크 총리의 패색이 짙은 것으로 나타났다. 돌발변수가 없는 한 이스라엘은 '불도저' 샤론 총리시대를 맞을 것으로 외신들은 보고 있다. 그럴 경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8년간 진행돼온 중동평화 협상도 뒷걸음질칠 것으로 예상된다.》

▽누가 이길까〓이스라엘 일간 마리브지의 조사에 따르면 샤론은 47%, 바라크는 29%의 지지를 얻고 있다. 예루살렘 포스트지도 샤론이 현재 바라크를 16% 이상 리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99년 5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공약으로 내걸고 베냐민 네타냐후 당시 총리를 누른 군사영웅 바라크의 인기가 2년도 채 안돼 급락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 국민이 팔레스타인과의 공존에 회의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영국의 BBC 방송은 풀이했다.

특히 지난해 9월 샤론 당수의 알 아크사 사원 방문으로 촉발된 유혈사태가 끝없이 계속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유대인들은 “협정보다는 안전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샤론 당수는 이 틈새를 비집고 “예루살렘은 분리할 수 없는 영원한 수도”라며 상심한 유대인 유권자들을 파고들고 있다.

바라크 총리는 이 같은 열세를 뒤집기 위해 최근 이집트 타바에서 팔레스타인과 마지막 타협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게다가 29일에도 유혈충돌이 발생해 2명이 숨지고 공공부문의 파업이 2주째 계속되고 있어 바라크 총리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 때문에 바라크 총리를 후보로 내세운 집권연합 ‘하나의 이스라엘’ 내에서는 ‘구원투수’로 시몬 페레스 전 총리(현 지역협력장관)를 등판시켜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투표 4일 전까지 후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바라크 총리가 후보를 사퇴할 경우 승산이 있다는 주장. 바라크 총리는 “중도사퇴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페레스 카드’가 변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샤론 당수는 이번 주 들어 승세를 굳히기 위해 아랍계(10% 정도)와 러시아 이민자(18%)들에게도 접근하고 있다. 아랍계에는 교육과 기회의 균등을, 러시아 이민자당의 나탄 샤란스키 대표에게는 집권하면 거국내각을 구성하겠다고 제의해 놓았다.

샤론 당수는 이미 승리를 기정사실화하고 의회 장악 방안과 예산안 처리 등 실무적인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채널2 TV가 28일 보도하기도 했다.

▽중동평화협상 어떻게 되나〓샤론 당수는 중동평화 협정의 주요 골격을 정한 93년 오슬로협정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에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에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은 샤론 당수가 82년 레바논 침공 때 팔레스타인인 수백명을 학살했으며 이스라엘 정착촌을 확대한 인물이라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어 그가 승리할 경우 양측간의 갈등은 지금보다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무엘 루이스 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는 “샤론이 집권하면 팔레스타인인들의 봉기가 거세질 것이고 그에 따라 이스라엘군의 탄압의 강도도 심해질 것”이라며 “이 같은 이―팔 분쟁이 요르단과 이라크로 확산된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바라크 총리가 승리한다면 이―팔 협상 추진에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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