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준석/‘카메라’에 맡긴 환경보호

  • 입력 2001년 1월 30일 18시 40분


환경부는 30일 환경오염 신고자에게 지급하는 포상금 기준을 발표했다. 쓰레기 투기뿐만 아니라 폐수 방류, 국립공원 훼손 등 범위도 확대해 큰 건수만 발견하면 100만원까지 손쉽게 챙길 수 있게 됐다.

97년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작된 ‘쓰레기 불법투기 신고 포상금제’는 이제 환경부의 주요 업무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올해는 아예 3억원의 예산을 포상금으로 책정했을 정도.

지난해에는 경남의 한 자영업자가 공원에서 캠코더로 580여건의 쓰레기 투기현장을 촬영해 2000여만원의 포상금을 타서 화제가 됐다. 또 이를 본뜬 ‘전문 신고꾼’이 속속 등장해 지자체들이 예산부족 소동을 빚기도 했다.

제도 시행 후 신고는 갈수록 늘고 쓰레기는 점차 줄었다고 하니 효과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것이 정도(正道)인가’라는 의문은 지울 수가 없다.

환경 선진국은 학교교육에서부터 환경을 강조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수칙들은 개인의 몸에 배어 있다. 한국에 파견 나온 한 독일인은 집에 보일러 기름을 넣다가 땅에 쏟자 토양을 오염시켰다며 자수하기 위해 경찰을 불렀다고 한다.

일본의 한 두부장수는 쓰고 남은 기름을 버리기가 양심에 찔려 시(市)전체의 식용유 모으기 운동을 벌였고 정부는 지원은 물론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그 활동을 삽입했다.

그러나 올해 환경예산 중 ‘환경교육 강화 및 민간운동 지원’ 항목은 2억6300만원으로 신고자에게 줄 포상금보다 적다. 사람들 마음에 환경사랑을 심어주고 자발적인 환경가꾸기를 지원하는 일이 위법자를 찾아내는 일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모양이다.

우린 아직 단속과 감시 위주의 ‘네거티브 행정’이 효과를 보는 단계에 있다. 곳곳에서 고발자들이 눈을 부라리고 ‘환경은 괜히 건드리면 욕보는 것’이란 인식이 싹틀까 두렵다.

김준석<이슈부>kjs35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