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NMD

  • 입력 2001년 1월 29일 18시 30분


지난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후보 때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건설이 결국 실행에 옮겨질 것 같은 분위기다. 딕 체니 부통령도 28일 NMD추진을 공언했다. 이 NMD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추진했던 전략방위구상(SDI)을 원전으로 하고 있다. SDI는 영화 ‘스타워스’에 나오는 레이저빔 같은 우주무기를 현실화하려는 것으로 당대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과 함께 엄청난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는 계획이었다.

▷1983년 3월23일, 레이건 대통령은 미국 전국에 중계된 TV연설을 통해 소련의 핵공격을 사전에 방어할 초첨단무기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때까지 미국의 전략은 소련이 핵무기로 선제 공격을 해 오면 그 몇 배의 위력을 가진 대량보복공격을 하겠다는 ‘사후 응징 위협’이 골자였다. 한번의 선제 공격으로 미국을 완전히 쓰러뜨릴 수 있는 무기가 개발되지 않는 한 이 전략에 의한 견제력은 유효했다. 그러나 미국의 완전한 우위를 추구한 레이건 대통령은 가상 적국의 어떤 선제 공격에도 그냥 앉아서 얻어맞지 않을 ‘미사일방어망’을 만들고자 했다.

▷SDI의 아이디어는 적국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그 미사일기지를 감시하는 미국의 조기경보위성이 방공사령부에 정보를 전달하고 이 정보에 따라 요격 미사일로 격추시킨다는 것. 적 미사일이 기지에서 발사되자마자 파괴하는 초기 요격, 우주 공간을 날아오는 동안에 추적하는 중도 요격, 미국 본토 상공의 대기권 진입을 전후해서 명중시키는 종점 요격의 3단계로 나누어진다. 레이건 시대에 미국은 종점 요격 능력을 개발했고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그 중 하나였다.

▷SDI는 구소련이 붕괴된 후 백지화됐다. 그러나 미국은 소련 외에도 이른바 ‘불량 국가’의 비이성적 공격 위험은 상존한다고 보고 있다. 불량 국가에는 이란 이라크 시리아 쿠바뿐만 아니라 북한도 포함된다. SDI가 탈바꿈해 되살아난 NMD는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게 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NMD에 반발해서 그것을 뚫을 수 있는 다탄두미사일 개발에 나설 전망이다. 제2의 무기 경쟁이 어떻게 전개되고 극복될지 주목거리다.

<김재홍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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