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한빛등 4개은행 부실채권 CRV에 맡기기로

  • 입력 2001년 1월 25일 18시 37분


한빛 산업 외환 서울은행 등이 올해 4조5000억원의 부실채권을 구조조정전문회사(CRV)에 현물출자 형식으로 털어내기로 했다. 한빛 외환은행은 올해 팔아버리기로 한 부실채권 각각 4조1000억원, 3조4000억원 가운데 절반 가량인 2조3000억원, 1조502억원을 CRV에 맡긴 셈이다. 한빛은행은 최근 CRV 출범을 앞두고 고합의 구조조정 업무 계획을 미국계 컨설팅회사인 베인&컴퍼니에 의뢰했다.

▽CRV는 저승사자인가?〓워크아웃 기업인 고합은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독자 자구안을 놓고 분위기가 밝았다. 12월말 산업자원부에 “화학섬유 설비를 해외 매각하고,석유화학 분야만 전문화하겠다”는 자체 자구안을 놓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탓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CRV 관련법이 통과된 뒤 한빛은행 등 채권은행단이 올들어 CRV 설립을 적극 추진하면서 상황이 180도로 달라졌다.

고합이 CRV를 기피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채권은행이 워크아웃 기업의 채권을 CRV에 현물출자하면 주채권은행이 CRV로 달라진다. 결국 구조조정의 주도권이 채권단이 파견한 은행원 출신 관리인에서 CRV가 고용한 외국계 금융기관 출신의 30대 구조조정 전문가로 바뀌게 되는 만큼 한바탕 ‘칼바람’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한빛은행 CRV 담당자는 “그동안 워크아웃 기업의 구조조정은 채권단이 파견한 관리인이 주도했지만 성과가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퇴직을 앞둔 은행원 출신이 섞어간 만큼 수익성 떨어지는 사업을 잘라내는 일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합 김익수실장은 ‘외국계 전문가’가 능사는 아니라고 논리를 펴고 있다. 김실장은 “매각대금으로 은행 원리금을 갚을 수 있게 됐다”며 “검증되지 않은 CRV에 편입돼 젊은 전문가에게 회사의 운명을 맡겨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신속한 구조조정을 이유로 기업 자산을 제값을 못받고 팔 가능성도 지적했다.

▽적극적인 채권은행〓워크아웃 기업의 우려와는 달리 채권 은행들이 CRV에 거는 기대는 크다.

이달 10일 열렸던 CRV 설명회에 참석했던 한빛은행 관계자는 “채권단은 부실채권을 CRV에 현물 출자하면 대출금의 50%나 쌓아두었던 충당금을 회수할 수 있어서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된다는 점도 채권단이 반기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진만(金振晩)행장 지시로 2월말 출범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한복환 팀장도 “워크아웃 제도하에선 사안마다 채권단이 모여 75% 이상이 동의하도록 돼 있어 의사결정이 더뎠던 것은 사실”이라며 “전권을 넘겨받은 구조조정전문회사가 전 대주주 등 외부 간섭없이 신속하게 일처리할 수 있어 기업에게도 좋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이나 은행권에선 올해안으로 10∼20개 정도의 CRV가 설립될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은행은 일단 채권규모가 2000억원대 이상인 기업으로 고합 진도 갑을 등이 우선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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