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서는 사료용, 한국서는 식용?

  • 입력 2001년 1월 20일 17시 07분


미국에서는 사료로만 쓰이는 유전자조작(GM) 옥수수를 우리나라에는 ‘식용’으로 수출했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로 실망스러운 일이다. 당국이 지난해 11월 GM 옥수수를 적발해 미국에 이의 시정을 요구했음에도 미국이 이를 무시하고 다시 수출을 시도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10일 수입회사의 통관 의뢰로 검사하다 발견한 GM 옥수수는 ‘스타링크’이다. 미국에서는 알레르기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식품으로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당국이 지난해 수입 옥수수를 유통 직전에 긴급 회수했던 것도 바로 스타링크가 원인이었다.

우리는 우선 미국측이 왜 수출 옥수수에 계속해 GM 옥수수를 넣는지 이해할 수 없다. 긴급 회수라는 소동을 겪은 우리 정부당국이 시정요구를 했음에도 미국은 아직 ‘검토 중’이란 대답만 할 뿐이라고 한다. 미국측이 그런 태도를 취하는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어도 우리로서는 수긍하기 어렵다. GM 농산물의 인체유해성 여부를 떠나 우리가 판단해야 할 식용 여부를 미국의 잣대로 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까닭이다. 미국 사람에게는 유해하지만 다른 나라 사람에게는 괜찮다는 것인가.

우리가 더욱 불쾌하게 느끼는 것은 스타링크 수출 반발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차별적으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일본에서 스타링크가 포함된 옥수수가 발견되자 미국은 전문가를 일본에 보내 진화에 나섰고, 일본으로 수출하는 옥수수를 선적하기 전에 스타링크 포함 여부를 검사키로 합의했다. 옥수수 전체 소비량의 98%를 수입에 의존함으로써 수입량 면에서도 일본보다 많은 우리로서는 미국의 차별적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미국이 우리를 만만한 상대라고 보기 때문이라는 의구심도 든다.

우리는 GM 식품의 관리에 취약한 게 사실이다. 3월부터 콩 옥수수 같은 작물에, 7월부터는 가공식품에 GM 여부를 알리는 표시를 하도록 규정하는 등 관심을 기울이고는 있다. 문제는 우리의 기술수준이 GM 여부를 가리는 데 매우 미흡하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재배 콩에서도 유전자가 조작된 품종이 나왔다는 연구도 있었다. 미국측이 반복해서 GM 옥수수를 수출하는 것이 우리의 검사능력을 얕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미국의 안하무인격 태도에 강력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유전자조작 작물과 식품을 관리할 수 있는 기술력 제고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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