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곽승준/'원칙지키는 경제' 계속 강조를

  • 입력 2001년 1월 19일 18시 37분


경제현상은 심리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비관적 전망이 팽배하면 사실은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반대로 낙관적인 전망이 팽배하면 실제보다 경기가 좋아진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편승효과(bandwagon effect)라고 한다. '블랙 먼데이' 처럼 경제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주가하락이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좋은 신문은 이러한 편승효과를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 경기 체감 지표 중에서 소비의 위축은 실제 경기하락보다 확대되어 나타난다는 것이 지배적인 생각이다. 경제 주체들의 과다하게 위축된 심리가 단순히 낙관적인 기사만 보도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물론 아니다.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해서 경제 주체들의 심리적인 안정을 제공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자료를 내놓아야 한다.

동아일보의 새해 경제 지면 중 많은 부분에서 이러한 좋은 신문으로써의 역할이 두드러져 보였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국내 경제 및 증시에 미칠 효과를 분석한 기사는 객관적인 자료와 이론적인 바탕 위에서 경제 주체들에게 긍정적인 편승효과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 보도에서는 위축된 증시에 활력을 줄 수 있는 분위기도 조성하였다.

새해 경제 현안은 무엇보다도 기업 및 금융의 구조조정이다. 지난해 가장 큰 경제정책의 과오는 구조조정의 실패에서 찾아 볼 수가 있다. 구조조정이 실패한 근본적인 원인은 시장경제 원칙을 무시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정부는 지난 해 1년 동안 많은 경제 문제들을 일관성 있는 시장논리에 의해 풀어간 것이 아니라, 정치논리에 밀려서 즉흥적이고도 인기 영합적인 정책으로 풀어갔다.

동아일보의 새해 첫 사설은 경제, 원칙을 지켜라 로 시작되었다. 이 사설은 지난 해 경제 혼란의 근원은 원칙 없는 대증요법식 정책 집행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하였으며, 집단 이기주의, 인기영합주의, 원칙 없는 관용주의의 배격을 환기시켰다. 이러한 지적은 시기 적절할 뿐만 아니라 올해 국내경제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인 것이다.

하지만 시장경제주의의 대원칙은 또다시 무너지고 있었다. 정부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으로 하여금 부실기업의 회사채를 인수하도록 하였다. 다시 한번 시장기능을 통한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대원칙의 일관성을 깨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철저한 구조조정 등 자구 노력을 하지 않아도 정부가 금융지원을 하는 상황에서는 기업 구조조정이란 이미 물 건너갔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는 기사와 시론들을 통해 시장경제의 대원칙을 강조하는 일관성 있는 기사를 보도하여 국내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지속적으로 환기시켜 주었다.

곽 승 준(고려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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