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송대평/국가발전 100년 계획을 세우자

  • 입력 2001년 1월 19일 18시 37분


"지금 당신들이 말하는 장기계획이란 도대체 몇년을 말하는 것입니까?" "100년 계획을 말합니다."

1980년대 중국에 출장다니며 들었던 말이다. 100만분의 1초를 다투는 초고속 정보화사회로의 진입을 꿈꾸는 때였다. 100년 계획은 일반적으로 장기 5년 계획, 길어야 10년 (초)장기 계획에 익숙했던 필자에게는 엄청난 문화적 충격이었다.

"빨리빨리" 라는 조급함까지도 신속한 의사결정 능력, 우수한 순발력 등으로 미화됐던 때였기에 그 충격은 더욱 강했다. 만리장성의 축성이나 홍콩의 99년 조차조약이 이해되기는 했지만 그들의 느긋함과 여유, 그리고 그 끈기가 부럽다기보다는 두렵기까지 했었다.

초유의 외환위기 상황에서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할 때의 가장 큰 어려움은 주어진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50여년 역사의 기업구조가 부채비율 같은 외형적인 재무비율 조정이나 지배구조 개선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고는 믿지 않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업종을 어떻게 수익구조로 전환하느냐는 것이었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은 미래의 발전적 사업기반을 구축해 나가야 하는 멀고도 먼 여정이었다.

구조조정 담당자들은 돌이킬 수 없는 점(point of no return)을 넘었다고 판단했고 각자 최선을 다 했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인의 순발력과 적응력은 발휘되었다. 세계인들로부터 찬사도 들었다.

지난 3년을 돌이켜 보면, 정치 행정 금융 노동 기업 등의 당사자들이 더욱 장기적인 계획을 공유하면서 꾸준히 추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랬더라면 오늘날 최소한 그 60%의 확실한 성공을, 그리고 앞으로 2년 후 100%의 완성을 확신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제2의 외환위기나 경제위기설에 전전긍긍할 상황만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오히려 빠르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지금부터라도 장기적이고 치밀한 추진계획을 세워야 한다. 한국인 고유의 순발력과 적응력으로 꾸준히 극복해 나간다면 확실한 성공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부정부패나 빈부격차 같은 고질적인 사회현상을 어떻게 해결하나. 이 역시 장기계획 아래 하나하나 풀어가야 한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돼온 역대정권의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강력한 사정 의지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 오히려 공포 분위기 조성이나 정치보복으로 치부되는 것이 현실임을 부정할 수 없다. 확실한 성공보다는 내 임기 중의 공적으로 삼겠다는 단견들이 오히려 장애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 500년의 부패고리와 먹이사슬을 뿌리뽑으려면 최소한 30년 내지 50년의 장기계획에 따라 근원부터 개혁해야 할 것이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다음과 같은 초장기계획은 어떨까. 국가 구조조정 10년 기본계획, 세금 잘 내고 많이 내는 순서대로 잘 사는 사회 20년 계획, 부정부패 없는 사회 30년 계획, 동서화합 남북융화 40년 계획, 국민정서 순화 50년 계획, 세계 5대 선진국 만들기 70년 계획, 통일된 금수강산 안정된 정치 사회 경제 건강한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줄 복지국가 만들기 100년 계획….

마르케스의 대표작 백년 동안의 고독 이 풍기는 암울한 분위기와는 달리 이 계획을 추진하는 동안 백년 동안의 열정 을 느낄 수 있으리라.

송대평(코오롱그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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