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삼성전자, 반도체 가격 하락해도 주가는 날개 달아

  • 입력 2001년 1월 18일 19시 02분


지난해 연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한 고위 임원은 기회만 있으면 “미주 현물시장에서 반도체 가격이 떨어졌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증권가에서 삼성전자가 도마위에 오르는 것은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삼성이 현물시장에 물건을 내놓는 것도 아니고 원가가 다른 D램 업체에 비해 월등히 낮아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도매금으로 함께 취급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그는 삼성전자가 일반 싱크로너스D램(SD램)에 집중하고 있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SD램 외에도 EDO D램이나 램버스D램 등으로 다양하게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현물 시장 가격 하락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당시 삼성전자의 주가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였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해 7월13일 39만40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후 외국인들의 끝없는 매도 공세로 10월18일에는 12만1000원까지 떨어졌다. ‘대한민국 대표주’는 3개월만에 3분의 1 토막이 나면서 체면을 구겼다.

사실 삼성전자는 일반 SD램 시장에서도 약 25%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EDO D램과 램버스D램 시장에선 5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EDO 타입은 SD램에 비해 안정적으로 여러 개를 붙여 용량을 늘릴 수 있는 특성 때문에, 램버스D램은 빠른 속도 때문에 고성능 컴퓨터에 주로 쓰인다. 이들 반도체의 수요는 최근 급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가격도 일반 SD램에 비해 몇배씩 높다. 반도체 가격 하락에 고민하는 다른 업체들과는 상황이 좀 다르다.

새해 들어 국내외 증권가에서 반도체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삼성전자의 주가도 힘을 받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18일 외국인들의 매수 공세에 힘입어 전날보다 9000원(4.27%) 오른 22만원으로 장을 마쳤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업체인 인텔은 최근 PC와 펜티엄Ⅳ의 수요를 늘리기 위해 중앙처리장치(CPU)인 펜티엄Ⅳ와 메모리인 램버스D램 등을 묶어 패키지로 가격을 내릴 방침을 내비쳤다. 펜티엄Ⅳ의 속도가 제대로 나려면 초고속 메모리가 받쳐줘야 하기 때문에 인텔이 펜티엄Ⅳ의 수요 진작책을 쓰는 것은 램버스D램 생산업체에는 호재가 된다.

증권가에선 이같은 이유로 삼성전자의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세종증권은 램버스D램의 최종 승자는 삼성전자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매수’ 의견을 냈다.

외국계 증권사들도 대부분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모건스탠리딘워터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가격을 31만8000원에서 33만4700원으로 올려잡았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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