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어설픈 農政…폭설 피해 키웠다

  • 입력 2001년 1월 18일 01시 26분


전국의 대표적인 장미재배단지인 충북 진천군 이월면 삼룡리 이월화훼단지의 장미재배농 오선환(吳宣煥·52)씨는 농정 당국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가 이번 폭설로 큰 낭패를 보았다.

그는 97년 비닐하우스 5동을 지을 때 진천군의 지도대로 기존보다 폭을 1m 넓혀 폭 7m짜리 비닐하우스를 지었다. 평당 건축비가 1만원씩 절약되고 눈이 30㎝ 가량 와도 끄떡없다는 당국의 설명때문이었다.

진천군은 당시 농촌진흥청이 95년 보급한 비닐하우스 표준설계도를 토대로 지도했다.

그러나 이번 폭설로 26㎝의 눈이 내려 비닐하우스는 철골이 엿가락처럼 휘면서 주저앉아 버렸고 하우스를 정비할 틈도없이 불어닥친 한파로 1000여평에 심은 장미 1만여주가 얼어죽어 7000여만원 가량의 피해를 입었다.

반면 인근에서 장미를 재배하는 이선호(李瑄浩·37)씨는 요즘 농정당국의 지도에 따르지 않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씨도 97년 비닐하우스 15동을 지었으나 폭설 등에 약할 것같아 평당 1만원씩을 더 주고 종전처럼 폭 6m짜리 비닐하우스를 지었다.

다만 표준설계도를 따르지 않을 경우 보조금을 주지 않겠다는 당국의 으름장 때문에 도로와 인접한 쪽에 7m짜리 비닐하우스를 한 동만 눈가림식으로 지었는데 이 비닐하우스만 이번에 무너졌다.

진천 화훼작목반 봉홍근(奉洪根·45)회장은 “화훼단지 비닐하우스 200여동중 폭 7m짜리는 90%, 6m짜리는 20% 가량 피해를 봤다”며 “그간 당국에 비닐하우스는 폭6m짜리가 일하기 편하고 견고하다고 수차례 건의했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폭 7m짜리 비닐하우스 10동을 지었다가 이번 폭설로 모두 무너져 2억여원의 피해를 봤다는 정동신(鄭東信·37)씨는 “이번 피해는 ‘관재(官災)’인 만큼 피해 복구가 끝나는 대로 피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비닐하우스는 안전성과 경제성이 상충하기 때문에 견고성만을 감안해 지을 수는 없다”며 “특히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폭설이 내려 피해가 불가피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진천〓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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