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부동산 중개업에 30代 '우먼 파워'

입력 2001-01-17 19:09수정 2009-09-2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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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 제도가 처음 생긴 85년 중개업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고작 4.4%. 15년 만에 22.7%가 늘어 2만5215명에 이른다. 지난해 공인중개사 합격자 중 여성이 무려 38.9%인 5669명에 이르렀고 올 들어 개업한 중개업자 중 여성 비율은 40%를 넘었다. 이 중 80% 이상이 30대. 미국의 경우 전체 중개사 75만명중 80%가 여성이다.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아메리칸 뷰티’에서 아네트 베닝이 여성중개인으로 나왔던 것처럼 부동산 거래의 대부분이 여성의 손에서 이뤄지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 유니에셋 문촌마을 공인중개사무소 이명숙씨(39)는 지난해 4월 개업한 중개업계의 신참이다. 개업 당시 주변에 여성이 운영하는 업소는 한 곳도 없었다. 개업 두 달 만에 인근 중개업소에서 “저 집은 왜 저렇게 바빠”라는 말이 들려왔다. 두 달 만에 터줏대감을 물리치고 지역 중개업계를 평정했다.

국내최대 부동산프랜차이즈인 유니에셋 강형구사장은 “여성이 운영하는 중개업소가 남성이 운영하는 곳에 비해 매출이 50% 이상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숙씨는 “2, 3년 내에 여성이 중개업계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왜 그럴까.

여성의 ‘섬세함과 친근함 끈기’가 중개업에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이씨의 선전(善戰)에 힘입어 올 들어 일산 후곡마을에 중개업소를 개업한 조영민씨는 “거래할 집을 구석구석 살피고 수요자의 가족상황을 파악해 자녀 통학까지 챙기는 데는 남자들이 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의 득세에는 일부 남성 중개업자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다.

“뚱하게 신문을 보고 있거나 남자들끼리 빙 둘러앉아 고스톱을 치고 있는 업소에 누가 들어가겠어요?”

중개업은 끈기가 필요하다. 값을 깎자, 향(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등 온갖 타박을 쏟아내는 수요자에게 끊임없이 전화를 하고 매물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무래도 남성은 저녁에 전화를 걸거나 집을 구하는 주부와 단 둘이서 매물을 보러가기 껄끄럽다.

99년까지 서울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의 중개업소에서 일했던 조호선씨(36)는 최근 마포의 중개업소에 스카우트됐다. 기본급에다 별도 성과급을 받는 좋은 조건. 조씨처럼 잘 나가는 중개사는 이삿짐센터 직원, 법무사 등을 통해 소문이 나고 곧 나은 조건으로 스카우트되기도 한다.

정릉 솔샘공인중개사무소 한동필사장은 “남성 중개사가 그만두면 거의 100% 여성으로 충원한다”고 말했다.

여성중개업자의 득세에는 ‘동료 아줌마의 힘’이 가장 큰 뒷받침이다.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문정숙교수는 “주택매매, 자녀교육, 물품구매 등 가정 경제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주부가 결정권을 쥐고 있다”며 “가장 강력한 소비의 주체가 주부인 만큼 주부에게 호소할 수 있는 영업이 성공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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