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눈밭 가르며 젊음의 자유 만끽"

  • 입력 2001년 1월 16일 18시 43분


스노보드 매니아 박현정씨가 용평리조트에서 날렵한 모습으로 슬로프를 내려오고 있다.
스노보드 매니아 박현정씨가 용평리조트에서 날렵한 모습으로 슬로프를 내려오고 있다.
평범한 것은 싫다.

내 이름은 박현정(29). 나의 관심사는 자동차와 스노보드뿐이다.

자동차경주협회(KARA)의 ‘오피셜(경기진행요원)’이며 국내 10여명뿐인 국제스키연맹(FIS)의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국제심판이다. 여름엔 자동차, 겨울엔 스노보드가 내 친구다.

자동차와는 99년 인연을 맺었다. 창원에서 열린 포물러3(F3) 국제대회에서 불법튜닝여부를 체크하는 자동차검차요원으로 자원봉사를 시작하면서 자동차의 매력에 푹 빠졌다. 지금은 KARA에서 경기진행방송을 담당하고 있다.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혹시 “선수 여러분…” 하는 장내방송멘트가 나오면 바로 내 목소리로 알면 된다.

자동차 시즌이 끝나면 겨울엔 스키장을 찾아 다닌다. 자동차의 매력이 스피드라면 스노보드의 매력은 자유. 스키를 스노보드로 바꾼 이유도 바로 자유스러움 때문이다. 스노보드는 힙합풍의 펑퍼짐한 옷을 입고 스키와 달리 양방향으로 회전이 가능하다. 뒤로도 탈 수 있다. 얼마나 멋진가.

움직이고 싶은 곳으로 자유스럽게 자세를 전환하는 데다 스키의 스피드까지…. 멋있는 스포츠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먼저 스노보드를 시작한 남편의 권유로 자연스럽게 스노보드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물론 더 짜릿한 쾌감을 맛보기 위해선 약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스노보드는 양발이 보드에 묶여 있어 발목과 무릎부상의 위험이 스키보다 큰 편이다. 스노보드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배웠던 게 ‘낙법’. 넘어질 때 묶인 두 발을 하늘로 쳐 들면서 몸으로 넘어지면 비교적 다리부상의 위험이 적다.

지금은 스노보드 인구가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내가 배우던 96년만 해도 도입 초창기라 서러움을 많이 당했다. 스키장들이 눈 망가진다고 스노보드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슬로프를 개방하지 않았기 때문.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지산리조트가 오픈하는 날 스노보드가 너무 타고 싶어 스키장을 찾아갔다. 하지만 스키 패트롤에게 당장 덜미를 잡혔다. 패트롤 아저씨는 “스노보드는 금지돼 있으니까 그냥 내려가시라”며 등을 떠밀었다. 허나 내가 그냥 물러날 여잔가. 잠시후 옷 속에다가 스노보드를 감추고 슬로프로 몰래 올라갔다. 눈을 부릅 뜨고 슬로프를 살펴보던 패트롤에게 또 덜미.

할 수 없이 철수한뒤 다음날 또 옷속에 스노보드를 감추고 도전하다가 바로 그 패트롤 아저씨에게 또 걸려 눈물을 머금었었다. 당시엔 “다신 안 온다”고 돌아섰는데 나중에 지산리조트에서 열린 스노보드 사진콘테스트에서 금상을 차지해 5년 명예회원으로 뽑혔으니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지난해엔 스노보드 강사 시험에 도전했다가 떨어졌다. 필기는 붙었는데 실기에서 카빙턴이 잘 안 됐고 착지에서 실수를 해 ‘미역국’을 먹었다. 하지만 올해 또 강사시험을 볼 계획이다. 떨어지면 될 때까지 해 보겠다.뭐든지 성취할때까지 도전하는 것.이런 게 바로 사는 재미 아닐까.

<정리〓김상수기자>ssoo@donga.com

▽스노보드는…복장제한 없고 활강-회전 즐길수 있어▽

스노보드로 즐길 수 있는 종목은 두가지.

스키처럼 코스를 활강, 위에서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알파인과 파이프를 반 자른 듯 U자형으로 생긴 원통형 슬로프를 좌우로 치고오르는 하프파이프로 나뉘어진다. 이 두 종목은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3, 4년전만 해도 스노보더들은 ‘찬밥신세’였다. 보드가 슬로프를 지치면 눈을 망친다는 이유로 스키장 출입이 금지됐었기 때문. 하지만 스키인구(600만명 추산)의 3분의 1가량으로 스노보더들이 크게 늘어난 요즘은 각 스키장이 거의 모든 슬로프를 스노보더들에게 개방해 놓고 있다.

특히 올해부턴 하프파이프를 운영하는 곳이 많이 늘어난 추세. 공중으로 뛰어올라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마니아들은 용평리조트, 휘닉스파크, 현대성우리조트, 무주리조트, 지산포레스트 중 한 곳을 찾아가면 된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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