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탤런트 김영란의 모델하우스 뜯어보기 (하)

  • 입력 2001년 1월 11일 19시 10분


이번 주는 정말 눈이 엄청 왔어요. 춥고, 미끄럽고, 막히고….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에요. 저도 하마터면 촬영시간에 늦을 뻔했다니까요. 어렸을 땐 그저 좋기만 했는데.

그래도 이런 날 거실 창 밖으로 눈 내리는 한강을 그윽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오늘은 대우건설이 짓고 있는 ‘트럼프월드’에 왔어요. 현장이 서울 여의도 여의교 부근 한강변에 있어서 한강이 잘 보인대요.

“몇 평짜리예요?”

“네. 46 54 61 67평형 네 종류가 있어요.”

얼굴만큼이나 목소리도 예쁜 도우미가 상냥하게 맞아주네요. 이왕이면 제일 큰 67평형으로 봐요.

참! 잊을 뻔했네. 제 친구가 그러는데 모델하우스 갈 때는 수첩과 줄자를 갖고 가는 게 좋대요. 미리 집에 있는 장롱 냉장고 등 덩치가 큰 가재도구의 크기를 재서 수첩에 적어놨다가 모델하우스에 가서 가구와 공간의 ‘궁합’이 맞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라나요? 그냥 눈어림으로 봤다간 나중에 가구가 들어가지 않아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거예요.

자 이제 현관이에요. 현관문은 방음이 잘 되는지가 첫째지요. 바깥 소음을 막아줄 수 있어야 하니까요. 신발을 넣을 공간이 충분한 지도 살피시고요.

널찍한 거실로 왔어요. 여기선 전원시설의 위치가 적당하고 충분한 지, 외부 에어컨과 연결할 구멍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해요. 거실 인테리어와 지금 갖고 있는 가구가 어울리는 지도 체크할 사항이에요. 거실과 베란다를 트는 ‘확장형 발코니’ 시공비용이 분양가에 포함돼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죠.

주부들의 최대 관심공간인 주방에선 맨 먼저 동선(動線)을 봐야 해요. 싱크대에서 식탁까지 거리가 짧아야 한다는 거예요. 밥통 믹서 정수기 등 각종 가전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콘센트가 충분한 지도 보시고요.

장롱 침대 화장대 문갑 등이 들어가는 침실은 아까 말씀드렸던 줄자가 필요한 곳이죠. 그냥 넘어가도 아시겠죠?

장실은 비누 세제 세탁그릇 수건 등 의외로 물건을 넣어둘 공간이 많이 필요한 곳이에요. 사생활이 보호되는 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요. 헤어드라이어나 비데 등을 설치할 수 있는 전원시설도 어디에 있는지 체크하세요.

베란다는 물을 사용할 일이 많기 때문에 물이 잘 빠지도록 바닥이 적당히 경사져 있는지 살피세요. 나중에 거실을 확장하거나 베란다 중간에 중문을 설치할 때 거치적거리지 않도록 수도꼭지 위치도 확인해야 해요. 안방 앞 베란다 벽면에 수도꼭지가 있는 게 좋대요.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냄새나는 요리를 할 수 있게 베란다에 보조용 가스레인지를 사용할 수 있는지 까지 둘러보면 좋겠죠?

도우미 언니가 그러네요. 저같이 꼼꼼히 둘러보는 손님도 흔치 않다고요. 하지만 집이란 게 어디 한 두 푼짜린가요. 다시 한 번 기억하세요. 모델하우스는 분양을 목적으로 한 ‘쇼룸’이에요. 현란한 내부장식에 눈이 멀어선 안돼요. 이모저모 따져 ‘내 몸에 맞는’ 집을 골라야죠.

이제 모델하우스는 거의 훑어봤어요. 다음 주엔 아파트 청약에 대해 알아봐요. 네? 매일 떨어져서 박사가 되었다고요? 그래도 저랑 함께 하면 조금은 남는 게 있을 거라는 것을 약속드리죠.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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