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포럼]서대숙/북한의 속마음 얼마나 아나

  • 입력 2001년 1월 11일 18시 25분


우리의 분단시대에는 이렇다 할 민족적 교류도 협력도 없었다. 나라를 합쳐보려고 했다는 것이 승자도 패자도 없이 냉전으로 끝나고 만 동족상잔의 전쟁이었다. 냉전시대의 최전선을 담당했던 우리 민족은 공산진영의 돌격대로, 혹은 민주진영의 앞잡이로 대립 대결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은 분단의 역사에 큰 분수령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정상회담 이후의 남과 북은 기본적인 화해의 개념이나 접근방법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정상회담이 있은 지 겨우 반년이 조금 더 지났는데 벌써 남북관계는 침체상태에 들어갔다고 한다. 침체상태를 타개하는 방법은 김정일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는 것으로 돼 있다. 정상회담이 또 열리면 어떤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까 하는 것 같다. 이런 접근방법은 센세이션만 바라보는 것이고 실속도 없고 장래성도 없다. 6개월이 지나면 또 같은 침체상태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정상회담후 北 변화없어▼

중요한 것은 북한사람들이 어떤 원칙과 태도로 한국을 대하며 민족의 화합과 통합을 위해 무엇을 양보할 수 있으며 어떤 것은 양보하지 않느냐는 것을 파악하는 일이다. 북한은 정상회담 이후 6개월에 일어난 일들을 총화하는 글을 지난해 12월 15일자 노동신문에 발표했다. 이 글은 남북화해의 주도권은 북한에 있으며 민족이 화합하려면 남한은 북한의 지도에 따라오라는 내용이다. 한국의 ‘우익’들이 북한과 협력하려는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비민족적이라고 한다.

이 글을 읽으면 북한의 태도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들은 냉전시대의 전략전술을 그대로 적용해 한국에서 북한과 손잡는 사람이나 단체는 포섭해 통일을 추진하고 북한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보수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이 했다는 ‘테러사건’은 오래 전에 그 거짓이 드러나 세상의 웃음거리가 됐다고 한다. 남북관계의 진전이 한국의 포용정책이나 햇볕정책에 기인한다는 것은 ‘주제넘은 소리’라고 한다.

북한은 남한과의 대화에서 그렇게 독선적일 수 없다. 그러면서 북한은 한국의 보수세력을 향해 “누구를 개혁 개방한다는 것이며 누구를 어디로 유도한다는 것이냐”며 이런 언동은 남북대화를 자극하는 것이고 빗장을 지르는 것이라고 한다.

한국에는 북한의 테러에 부모나 자식을 잃은 사람이 많이 살고 있다. 그들에게는 북한의 테러가 결코 웃음거리가 아니다. 북한 사람들은 어버이 수령 슬하에서 세상에 부러운 것 없이 살아왔다지만 한국사람들은 많은 피를 흘려 민주정치체제를 쟁취했다. 북한은 이것을 알아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는 복잡한 정치제도를 가진 나라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생각하는 것처럼 보수세력은 비민족적 분자들이고 이들만 제외하면 통일이 된다고 생각하면 큰 착오를 범하는 것이다.

한국도 정신을 차려서 북한을 더욱 더 연구하고 대비해야 한다. 1972년 7·4 공동성명이 발표될 때도 한국의 중앙정보부장이 평양에 가서 김일성의 통일 3대 원칙에 조인하고 왔다. 표면상으로는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3대 원칙이 그렇게 해롭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김일성은 후에 자기의 3대 원칙에 대해 자주는 남한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는 것이 목적이었고, 평화는 한국군의 현대화를 중지시키려는 것이었고, 민족대단결은 남한의 반정부세력을 강화하려는 것이었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김위원장은 지금도 김일성의 이 3대 원칙이 조국통일 3대 헌장의 첫번째 헌장이라고 말한다.

▼아리송한 '낮은 단계 연방제'▼

남북정상회담 때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안과 남측의 연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제안은 무엇이며 높은 단계의 연방제안은 어떤 것인지, 남한도 북한도 아무 설명이 없다. 북한 문헌에는 지금까지 낮은 단계 연방제안에 대한 설명이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다. 어떤 부분이 공통성이 있는지 잘 알 수가 없다.

이런 근본적인 원칙 원리에 대한 설명이나 정확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에 남북이 하는 일들에 의심이 간다. 앞으로 대북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은 북한을 더 공부하고 그들의 의사를 더 잘 파악해야 한다.

서대숙(경남대 부설 극동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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