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차수/공익성 팽개친 문화부

  • 입력 2001년 1월 10일 18시 56분


문화관광부는 9일 논란이 되고 있는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에 관한 법률안의 재심사를 규제개혁위원회에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문화부는 가장 핵심인 ‘3년후 미디어렙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자유화한다’는 내용은 발표하지 않았다.

미디어렙의 등록제 전환은 방송광고 시장의 완전경쟁 체제 도입으로 방송환경의 급변을 초래하게 된다. 보다 많은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방송사 사이의 시청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도 방송이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마당에 시청률 경쟁이 심해지면 부작용은 더욱 커질 것이다.

정부가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내세워 방송광고 영업을 제한해 온 것도 이런 부작용을 미리 막기 위한 조치였다.

특히 김한길 문화부 장관은 “방송은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80년대 방송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적이 있는 김장관은 시청률 경쟁의 폐해와 방송의 저질 폭력문제 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도 사실상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 포기를 의미하는 미디어렙 등록제 전환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문화부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규제개혁위가 당장 미디어렙 완전경쟁체제를 도입토록 결정했지만 허가제를 3년간 유지해 과도체제를 거치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 민영 미디어렙을 여러 개 허가하라는 규제개혁위의 결정은 방송의 공익성 공공성 확보를 위해 수용하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3년간의 과도기를 거친다고 해서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이 완전히 정립될 리 만무하다. 문화부가 당초 미디어렙 허가제를 계속 유지하려 했던 것도 이런 문제점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규제개혁위가 미디어렙 등록제를 요구했다 하더라도 문화부는 ‘3년 과도기’로 물러설 게 아니라 방송의 공익성을 내세워 방송 비전문가들인 규제개혁위원들을 끝까지 설득했어야 옳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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