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 칼럼]아르헨을 치켜보라

입력 2001-01-03 19:06수정 2009-09-2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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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 개막을 1년 반 남겨놓은 이 시점에서 한국의 어머니와 아내들에게 한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지난해 축구가 치명적인 사망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학보고서에 대해 들어보았는지.

지난해 6월22일 유로 2000(유럽축구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네덜란드가 탈락한 이날 하루동안 네덜란드에서는 평소보다 두 배가 많은 사람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한국과 일본이 2002년 월드컵의 공동 개최국인 것처럼 벨기에와 함께 공동으로 유로2000을 개최했던 네덜란드에서는 이날 고혈압, 음주, 흡연에 의한 심장마비로 평소보다 사망자가 14명 더 발생한 것.

물론 사망자는 모두 남자였다. 네덜란드 여자들은 축구대표팀이 준결승에서 탈락해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그들의 남자들을 지켜내지 못했다. 과거에도 브라질이 월드컵에서 패하는 날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에서 자살 사건이 발생하곤 했다.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서 쌓이게 되는 스트레스와 민족주의, 스포츠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섞이면서 일으키는 긴장감은 정부 차원에서 국민의 건강 대책을 강구하게끔 만들기도 한다. 이런 사실을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우스개 차원도 아니며 불안감을 주고자 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한국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거스 히딩크 감독 역시 아시아에도 스포츠, 특히 축구에 대한 광적인 열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히딩크 감독이 한국대표팀을 잘 이끌더라도 월드컵은 월드컵이다. 월드컵은 최고의 팀들이 장악하는 대회다.

이런 면에서 프랑스팀이야말로 최고다. 지네딘 지단을 축으로 한 프랑스대표팀은 월드컵과 유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프랑스대표팀은 우수한 체력과 기량은 물론 로제 르메르 감독이 “우리의 목표는 승리의 문화를 계속 간직하는 것”이라고 큰소리 칠 정도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렇지만 한국과 일본에서 열리는 2002년 월드컵에서 유럽팀이 과연 우승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5, 6월의 더위와 습기는 아무래도 더운 지방에서 온 팀에게 더욱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두 차례의 올림픽 축구를 제패한 나이지리아와 카메룬 같은 아프리카팀들은 어떨까. 대표선수 대부분이 유럽 프로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어 기량도 수준급이고 기후에도 잘 적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아프리카세도 브라질을 축으로 한 남미팀보다는 한수 아래인 듯하다.

물론 남미의 최강자 브라질도 월드컵 우승을 위해서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호나우두가 잇단 무릎수술의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는가 하는 것과 2002년에 36세가 되는 호마리우가 그 때까지 현재의 체력과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것, 그리고 스페인바르셀로나팀에서는 우상이지만 대표팀에만 들어가면 무력해지는 히바우두가 제 면모를 찾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브라질이 이런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월드컵 우승의 강력한 후보는 당연히 아르헨티나다. 현 아르헨티나대표팀에는 마라도나를 능가하는 플레이메이커 세바스티안 베론이 있고 가브리엘 바티스투타를 포함해 클라우디오 로페스, 에르난 크레스포, 마르틴 팔레르모, 파블로 아이마르, 아리엘 오르테가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수가 포진하고 있다.

이제까지 역대 월드컵에서 개최국 대륙이 아닌 국가가 우승한 것은 58년 스웨덴월드컵의 브라질이 유일하다. 2002년 월드컵에서도 개최 대륙 아시아가 아닌 다른 대륙의 국가가 우승을 차지할 것 같다.

이러한 예상에 당장 열을 받을 필요는 없다. 이제 월드컵에 대한 기대와 근심은 잠시 유보하자. 한국에서 열릴 멋진 월드컵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일단 건강을 유지하며 사는 게 우선이다.

랍휴스<영국 축구 칼럼니스트> robhu@compuser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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