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학교담 헐고 나무심어요"

  • 입력 2000년 12월 27일 19시 15분


‘바꿔, 바꿔.’

딱딱하고 삭막한 느낌이 드는 학교가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콘크리트 담을 허문 자리에 나무 울타리를 만드는 등 친환경적인 녹지공간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달간의 공사 끝에 이달 초 완공된 서울 노량진 초등학교의 방음림 조성공사가 대표적 사례.

학교 앞에 큰 길이 있어 지난해 말 학교측은 동작구청에 방음시설 설치를 요청했는데 동작구청측과 논의과정에서 삭막한 방음벽 대신 ‘나무숲’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다.

이광렬교장(60)은 “처음 학교에 담이 없어지면 인근 입시학원생들이 밤에 학교로 들어올 것이라는 등 반대가 심했다”며 “담을 없애는 데 반대했던 여선생님들이 요즘 방음림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학교에 나무가 많으니 공원 같고 예쁘다”고 반겼다. 방음림에 쓰인 나무는 대왕참나무, 잣나무 등 매연에 강한 수종이다. 소음차단 효과를 높이기 위해 큰 나무 사이에 관목들을 빽빽하게 심어 ‘틈새’를 없앴다.

동작구청측은 “평소 노량진 초등학교 주변 소음도가 75㏈(소음제한기준 65㏈)이었는데 방음림이 만들어진 뒤 50㏈까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구 성수1가 1동의 경일초등학교도 지난해 말부터 올 4월 말까지 학교주변 담을 헐어 인근 주민들에게 휴식공간으로 제공했다. 학교 내 공터에 감나무 등 673그루를 심어 자연학습장으로 활용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동대문구 신설동의 대광중고등학교도 올 4, 5월에 기존 담을 헐고 생울타리를 만들었다. 요즘 이 곳은 인근 주민의 훌륭한 산책로로 각광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27일 노량진초등학교 등 서울시내 11개 학교시설을 녹화우수학교로 선정, 시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학교녹화를 희망하는 서울시내 학교가 50여곳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이 사업을 위해 서울시는 내년에 각 구별로 1, 2개교를 선정해 총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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