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일본, 위기의 국가재정

  • 입력 2000년 12월 24일 18시 52분


일본이 ‘국가 파산’ 공포에 떨고 있다. 일본 정부가 10년간의 침체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경기 회복은커녕 국가 채무만 빠른 속도로 불어나 ‘세계 최고 빚더미 왕국’에 올랐기 때문. 각 경제연구소는 내년 경제예측시 ‘일본 국가재정이 파산할 것인가’를 최대 쟁점으로 다루고 있으며 ‘2003년 일본국 파산’이란 제목의 서적이 출간돼 화제 속에 팔리고 있다.

▽불어나는 국가 채무〓일본 대장성이 10월 밝힌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국가채무는 총 1435조1900억엔(약 1경5500조원·국민연금 지급 예정액 포함). 정부의 보유자산을 제외한 부채초과액은 776조4600억엔(약 8400조원)에 이른다. 이는 일본의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약 500조엔)의 1.5배이며 일본 정부 1년 예산의 10배 가까운 금액이다. 일본 국민 한 사람당 650만엔(약 7000만원)씩 나라 빚을 갚아야 한다는 계산.

실제 부채초과액은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전 대장성관료인 가토 히데키(加藤秀樹)는 900조엔이 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일부 경제분석가는 정부출자 특수법인의 부채까지 넣어 부채초과액이 1000조엔을 넘을 것으로 본다.

▽정부의 속수무책〓일본 정부는 ‘재정적자 해소’와 ‘경기 부양’이란 두가지 과제 중 ‘경기 부양’에 매달려 왔다.

최근 3, 4년간 국채를 매년 30조∼40조엔 발행해 경기부양에 쏟아 부었으며 내년 예산 가운데 일반회계 82조6524억엔 중 28조3180억엔은 국채발행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현재 일본의 국채 잔고액은 398조엔.

올 예산에서 최대 논란은 공공사업부문. 공공사업 예산은 3년 연속 사상 최대 규모인데 수익을 환원할 수 없는 부실자산이 대부분이어서 매년 35조엔의 부실자산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여당은 내년 여름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공공사업을 이용한 ‘선심 정책’을 계속 펼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 3월 금융위기설’과 ‘2003년 파산설’〓주간 도요게이자이는 최근호에서 내년 3월 금융위기설을 다뤘다. 이미 금융업계가 취약해진데다 주가하락세가 걷잡을 수 없어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 특히 금융건전화법에 따른 금융기관 공적자금 투입 시한이 끝나는 내년 3월말에는 금융기관 파산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저널리스트인 아사이 다카시(淺井隆)는 저서 ‘2003년 일본국 파산’에서 “이르면 2003년, 늦어도 2005년에는 일본이 파산할 것”이라며 “국가가 파산하면 20% 이상의 인플레이션에 소비세가 35%까지 인상되며 달러당 엔화환율이 200엔까지 떨어지는 등 무시무시한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주간 문춘(文春) 최근호는 주요 일간지 경제기자단의 의견을 빌려 ‘일본은 이미 파산하기 시작했다’는 특집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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