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혈세 8조가 날아갔다

  • 입력 2000년 12월 18일 19시 03분


정부가 한빛 등 6개 은행에 대한 전액 감자(자본금감축)를 선택함으로써 이들 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 8조3000여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가게 됐다. 물론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상태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이로 인해 국민부담이 커지게 된 것은 개탄할 일이다.

기본적으로 정책의 실패, 은행의 부실경영, 그리고 거래기업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합작으로 빚은 결과라는 점에서 국민적 비판을 면키 어렵다.

정부는 당초 공적자금 가운데 60조원 정도가 회수불능이라고 추산했는데 이번에 감자로 인한 손실분까지 합하면 그 액수는 68조원으로 커진다. 그만큼 세금으로 메워야 할 손실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정책선택 또는 은행부실에 책임이 전혀 없는 애꿎은 국민의 부담이라는 점에서 공분을 일으킬 만하다.

정부정책의 신뢰성도 논쟁의 대상이다. 경제팀은 지난 7월 이전만 해도 은행감자를 강하게 부인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소액투자자들이 신규로 은행주를 매입했다. 물론 공적자금의 추가투입으로 정책이 바뀌면서 일어난 문제이긴 하지만 정부 말을 믿고 투자한 ‘개미’들의 충격은 크다. 비록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지만 전례에 비춰보면 투자액의 30% 미만을 회수하는데 그친다.

특히 정부가 1차 은행 구조조정때 공적자금을 단번에 대규모로 투입했더라면 그 후 은행에 추가부실이 쌓이지 않았을 것이며 이번 같은 조치도 예방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정책당국의 책임은 크다.

아울러 공적자금을 받고도 오늘날 이런 상황을 다시 초래한 은행경영진의 부실경영 또한 비판대상으로 모두 진상을 규명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우리가 여기서 가장 걱정하는 것은 과연 이 은행들이 정부의 청사진대로 클린뱅크가 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부실은행들이 공적자금으로 회생되더라도 아직 재무제표상에 반영되지 않은 잠재적 추가부실의 요인이 제거되지 않는 한 이들 은행의 장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자칫 이 은행들이 공적자금의 ‘블랙홀’같은 존재가 돼 국민부담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실이 커질 가능성은 없는지 걱정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은 하나밖에 없다. 즉 기왕 택한 길이라면 이번 조치를 흔들림없이 추진해 제대로 된 클린뱅크를 만들어 은행가치를 높임으로써 투자회수율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국민은 정부와 은행이 이 숙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예의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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