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루그먼칼럼]"부시, 헤리티지인맥 중용 말아야"

  • 입력 2000년 12월 18일 19시 00분


클래런스 토머스 연방대법원 판사의 부인이 헤리티지 재단에서 차기 행정부에 기용될 인사들의 이력서를 수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헤리티지 재단과 그 자매기관 출신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시 행정부에서 일하게 될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헤리티지 재단은 스스로를 ‘싱크탱크’라고 부른다. 원래 싱크탱크란 용어는 ‘랜드(RAND)’처럼 비정치적인 연구소를 설명할 때 쓰이는 말이었다. 스스로 밝히고 있듯 헤리티지는 ‘보수적인 공공 정책을 형성하고 추진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헤리티지를 싱크탱크라고 부르는 것은 적당한가. 또 헤리티지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정책을 제안하는 것일까.

현재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는 대부분 우파주의자들의 연구기관이다. 여기에는 헤리티지를 비롯, 카토(Cato) 미국기업인연구소(AEI) 등 보수적인 싱크탱크들이 포진하고 있다. 반면 자유주의적인 싱크탱크들은 우파들만큼 영향력이 없다. 어떤 사람들은 브루킹스 연구소는 예외라고 하지만 이 연구소도 우파들이 보수적인 정도만큼 자유주의적이지는 않다.

싱크탱크에 1970년대는 영광의 시대였다. 싱크탱크는 ‘정의’라는 이름으로 자유주의에 전도된 세상에 대안을 제시했다. 당시 신보수주의 지식인들이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고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장소’가 바로 싱크탱크였다. 민주당의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헌 의원이 ‘공화당은 아이디어로 가득 찬 정당’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싱크탱크는 계속해서 새로운 정치적 화두를 제공했다.

그러나 이것도 이제는 옛 말이 됐다. 신보수주의적 사고는 진부하다는 소리를 듣고 싱크탱크는 보수적인 인사들의 대기실로 바뀌었다. 토머스 부인이 이력서를 수집했던 인사들도 보수 이데올로기를 옹호하는 사람들이고, 곧 장 차관에 기용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이런 희망이 충족되어서는 안된다. 클린턴 정권 초기 그의 친구들이 특별한 배려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체로 특정 이데올로기에 대한 열정보다는 능력을 중시한 인사원칙이 지켜졌다.

특히 경제분야에서 95년부터 97년까지 수석 경제자문역을 지냈던 조지프 스티글리츠처럼 노벨상 수상자가 기용된 적도 있었다.

앞으로 어떤 사람들이 부시 행정부의 자리를 메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월가나 스탠퍼드 출신 등 그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로 채워진다면 물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헤리티지나 카토처럼 특정 이데올로기를 중시하는 싱크탱크의 인사들로 채워진다면 문제가 있다. 그들은 분열하려는 사람이지 통합하려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리〓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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